정상태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어떤 여배우에게선 정을 느끼고, 누구에게선 사랑을, 어떤 이에게는 매력을 느낀다.” 영화배우 정윤희, 김자옥, 유지인. 이 세 분이 활동하던 전성시대에서 회자되던 말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 여배우들이 지배한 시대를 우린 ‘트로이카 시대’라고 말했다. 고인이 되신 김자옥 씨의 은은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매력적인 덧니는 당시 모든 청년들에 누나 같은 인자한 이미지를 주었다. 예쁜 쌍꺼풀과 톡톡 튀는 말투로 활달하던 유지인 씨의 매력, 그리고 마치 조각하듯 빼어나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정윤희 씨가 바로 그들이다. 책받침 여신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도 그 트로이카 배우에 장미희 씨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논쟁이 끊이지 않을 만큼 그들의 인기는 유명하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장미희 씨는 조금 위 세 분보다는 조금 어린 나이로 다음 세대의 미녀들과 어깨를 겨눈 분이 아닌가 한다. 이 시절 우리는 그 여배우들 못지않게 늘 마초적인 멋진 남성미를 풍기는 배우들이 있었으니 이른 바 ‘남우 트로이카’이다. ‘맨발의 청춘’에서 보여준 이유 없는 반항의 대명사인 ‘신성일’, 한국의 브루스 리 라는 별칭으로 청춘스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신일룡’, 그리고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라며 60년대와 70년대를 풍미하며 각종 영화에서 중후한 매력을 보여준 ‘남궁원’씨가 바로 그들이다. 먼저 고(故)‘강 신성일’, 우리 기억 속에 <별들의 고향>과 <겨울 여자>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프랑스 미남배우 ‘알랭들롱’에 필적하는 미남배우였던 그가 2018년 향년 81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작품 속에서 고(故) 신성일 씨 만큼 지명도는 높지 않았으나 우리에게 청춘스타로서 그리고 화장품 모델로서 널리 알려진 미남 배우 신일룡 씨도 있었다. 광고에서 스킨을 얼굴에 뿌리듯 탁 치며 바르는 그 장면은 오랜 시간 또래 동년배들에게 유행하였고, 그것이 당시 남학생들의 화장법이기도 했다. 그 역시 세월이 지나 2022년 향년 73세의 나이로 은막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다. 유일하게 한국의 미남배우 원조세대 맏형격인 남궁원 씨가 며칠 전 세상을 떠나며 이들의 트로이카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영화배우로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 국회의원 홍정욱 씨의 부친으로 그의 영전에 “훌륭한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 자랑스럽고 행복했다.”는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훌륭한 영화배우로 우리에게도 역시, 당시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부족한 볼거리 즐길 거리, 고달프고 지친 삶을 위로해 주듯 열연한 그의 연기는 한 시대를 풍족히 보내게 했다. 그의 영화 ‘빨간 마후라’에서 보여준 그의 신들린 연기는 6.25당시 조국 하늘을 수호하기 위해 출격한 조종사들의 늠름한 모습에서 많은 국민은 위로를 받았다. 조국의 하늘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키며 한 치의 공간도 적들에게 내어 주지 않는다는 각오로 산화해 간 대한민국 조종사들의 애국심과 전우애 그리고 인간애를 조명하였다. 그들이 있어 우리가 평온한 일상을 지킬 수 있었고, 그 역할을 미남배우 고(故) 남궁원 씨가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시대는 저물었다.

고(故) 신성일의 사랑 없이는 못살며, 잘못된 권력과 관행에 반항하는 시대정신. 그리고 사랑과 정열이라는 DNA를 후배 청춘들에게 남겨 이 험난한 시대를 살아오게 했다. 스킨을 두 손에 부은 채 손바닥으로 양 볼을 철썩 때리며 남성성을 강조하던 그들, 헬리콥터와 경비행기를 타고 남궁원 씨가 등장, 강한 남자의 전형인 쾌남을 탄생시켰고, 그 이후 미스 쾌남으로 재탄생했다. 아마도 신일룡 씨와 남궁원 씨가 예쁘게 생겨서 <미스>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 아니라 남성 화장품은 아마도 여자친구나 부인이 사주는 경향이 있어 전략적으로 붙인 이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 사나이들은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멋있고 남성적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고(故) 남궁원 씨 남 저음 고동의 목소리는 호방한 히어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나타내는 상징과 같아 뭇 남성의 흉내도 많았다. 잘 생긴 외모에 신사적인 모습은 늙어가며 닮고 싶은 중년 남성의 표상과도 같았다. 이들이 있었기에 어둡고 암울한 시기 우리는 용기와 힘을 가질 수 있었고, 우린 눈부신 산업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10대 세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은 지금, 그 주역들이 은퇴를 했고, 그리고 진행 중이며, 또한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늘 가슴 속에 풋풋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이 은막에서 보여준 그 중후함과 멋짐은 아직도 희미하게도 남아있으며 시간적으로 조금 늦었지만, 19060년 70년대 은막을 주름잡던 트로이카 세 분의 여배우에게 감사를, 이제는 모두 고인이 되신 남자 트로이카 세 분에게는 영면을 기원하며 그간의 공로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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