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니카 수필가

자다가 눈을 뜨는 일이 잦아졌다
때로는 꿈결 같다가 때로는 개벽 같다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 혼자 불을 켤 때
내 몸의 피를 모은 심지 끝에서
떠돌다 온 혼령이 출렁거리는 바다
느닷없이 한밤에 잠을 깨어
선 채로 아침을 맞는 일이 잦아졌다
어두운 밤을 지켰다는 자랑
몽매한 어둠을 관통하여
수정 같은 내일을 열고
알 수 없는 시간을 예약하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자랑
새벽은 쪽빛이고
먼동은 붉어서 눈부시더라
잠이야 쇠털같이 허구한 날 아니냐
그렇게 말해야지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팔짱을 끼고 마루를 서성이는
타오르는 불빛처럼
솟는 내 모습.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나에게 있는 작은 버릇 하나 거의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시각. 시계를 보면 거의 새벽 3시 전후다. 눈을 뜨려고 해서 눈이 뜨여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깨이는 것이다. 별일이 없어도 그 시간에 일어난다. 순서, 맨 먼저 양치. 입안의 떨떠름한 것을 뱉어낸다. TV를 켠다. 눈이 환하다. 잊었던 생각이 난 듯 컴퓨터 앞에 앉는다. 컴퓨터 문을 연다. 아직 잠 못 드는 세상이 열린다. 세상을 열어보니 여전히 시끄러운 일투성이, 왁자하다. 맑은 새벽이 자꾸 달아난다. 새벽의 적막조차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이래서는 안 되지. 새벽 친구들을 다시 불러 모으려고 컴퓨터 문을 닫는다. 비로소 새벽의 고요가 내 옆에 앉는다. 어둠이 바람을 불러 모으는지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새벽 공기가 싸하다. 책꽂이로 간다. 어제 다 읽지 못했던 책을 꺼낸다. 반가워서 밑줄을 긋는다. 밑줄에서 소리가 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마음에 보이지 않는 쪽이 더 두렵구나. 두 개의 화살은 가지지 말거라. 두 번째 화살이 있기에 첫 번째 화살에 집중하지 않게 되거든’ 귀가 열리며 서서히 책의 세상에 빠져든다. 언제 왔을까. 어둠을 밀치고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아침이 내 손가락 끝에 매달려 있다. 수돗물을 틀어 손가락 끝의 아침을 씻어 준다. 마알갛게 씻긴 뽀송한 아침이 환하게 웃는다. 참 이쁜 아침!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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