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니카 수필가

하늘과 땅 사이가 단 한 권의 책이다
그 책은 단 한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황금 빛으로 터져 나오는 아침저녁의 말씀
물방울은 풀잎 위를 구르며
새는 날며 벌레는 기며
전 하는 말

하나도 받지 못한다

얼마나 더 깊어져야
얼마나 더 넓어져야
저 거대한 책문에 들 수 있을까

육십 오만이라는 유한 시간 앞에 놓인
단 한 말씀이기에
나는 우주라는 책문 앞에서
어둡도록 귀를 벼린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고심의 흔적이 깊은 시 한편이다. 하늘과 땅 사이가 단 한 권의 책이며 그 책은 단 한 문장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적어도 아는 시인이다. 물방울이 풀잎을 구르면서 내는 말씀, 새가 날아가면서 던져주는 그 말씀, 한갓 미물이라고 여겼던, 기어가는 벌레에서도 듣고자 했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진지함이 마치 기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두 손을 합장하고 두 눈을 감고 깊은 산, 외로운 암자에서 수행하는 수행자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수행자의 자세를 지닌 시인은 흔치 않다. 시인이 구도자와 같은 마음가짐이 있을 때 비로소 책문에 들 수 있다는 깨우침을 알고 있는 시인. 타인이 써놓은 문장을 베껴 자기 것인 양 으스대는 가짜시인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저토록 한 문장을 얻기 위해 육십오만 시간 앞에 고독한 투쟁을 하고 있다니. 자신을 저렇게 두드리고 있다니, 참 진실하다. 책문 열리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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