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종연
내가 있다고 멋지고 훌륭한 사람 있다고
당신을 위해 태어난 사람 여기 있다고 외치고 싶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많았는데
세상은 아버지란 이름으로 나의 시간을 훔쳐 간 듯 모두 순식간에 지나간다
고달픔 삶의 희망에 가족이 있죠(아들 딸이 있죠)
짱 여우 마누라와 솜사탕 같은 부드러운 딸과 떡 두꺼비 같은 아들을 주신
세상님께 타협이란 사치였나 보다
당당함도 도도함도 내려놓고 내 이름도 잃고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구나
아버지 내 아버지의 아버지란 이름의 가면으로 세상의 광대가 되어 보련다
비가 오는 날 아버지는 비 반 눈물 반 세상을 향해 소리 없는 외침을 한다
언제쯤 아버지가 아닌 나로 돌아올 수 있을까
세상 아버지란 힘들단 말도 포기도 엄살도 표현이 어렵다
남자의 눈물에 향기가 없다 세상과 타협한 짠 냄새가 난다
남자의 외침은 소리가 없다 중얼거림 뿐이다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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