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숙 근로복지공단 포항어린이집 원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리더의 덕목 중 가장 우선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공감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의 심리 및 세대 차이의 문제가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 하여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공감능력(共感, sympathy)이란 상대방의 마음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즉 타인이 느끼는 상황이나 기분을 경험하는 심리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은 뇌 발달 속도와 방식의 차이, 유전적 요인 등과 같은 생물학적인 요인도 있지만, 주변의 환경적인 요인과도 상호작용한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방법을 적절한 시기에 배우지 못한 경우 또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트라우마, 불안 등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아이의 감정인식과 공감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영아기 때부터 아이들은 엄마의 목소리나 표정을 통해서 감정을 판단하고, 부모가 나누는 대화의 음색(tone)에 따라 두 사람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알아차리기도 하며, 형제들과의 놀이를 통해서 여러 가지 사회적 경험을 축적해 나간다. 또 혼자서 장난감을 전화기처럼 귀에 대고 마치 진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는 가상 놀이를 하거나 장난감 인형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재워주고, 추울까봐 담요를 덮어주며 잘 자라고 토닥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인지하고 이해하며 상대의 감정을 공감해가는 사회인지 발달의 한 과정이다. 이러한 사회인지 발달은 대부분의 예상보다 훨씬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데, Repacholi와 Gopnik(1997) 등은 연구를 통해 18개월 된 영아들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이들은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싫어하는 야채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래커를 아이들 앞에 두고서는 크래커를 먹으면서는 으윽(Eww)하고 메스꺼운 표정을 보이고 야채인 브로콜리를 먹으면서는 으음(Mmm)하며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후 실험자가 아이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을 때, 연구에 참여한 18개월 된 아기들의 70%는 자신이 맛있다고 여기는 크래커가 아닌, 연구자가 맛있다고 표현한 브로콜리를 손에 올려주었다. 이와 같은 실험을 통해 영아들도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공감 능력이 부족하면 어떤 현상을 보일까?
약간의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의사소통할 때 친구가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주제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하거나 또는 친구들이 원치 않는 행동이나 소리를 내었을 때, '그만해'라고 말해주기 전까지 친구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그 행동을 계속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들은 어떤 양육태도가 필요할까? 먼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의 시작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직접 경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마저 수용하고 이를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정서 조절 방법을 올바르게 코칭 해주고 아이가 속상한 일을 겪었을 때 '그랬구나, 속상하겠구나'라는 말과 함께 아이의 눈을 마주 보고 따뜻한 스킨십과 공감을 표현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다시 한번 말로 표현해 주어 아이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 부모가 충분히 '알고 있다'라는 것을 인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가정에서 먼저 부모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수용 받고 존중 받으며 자라난 아이는 또래 친구들에게 편안하고 함께 놀고 싶은 인기 많은 좋은 성품의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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