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명예교수

오늘 주제가 2020~30년대 우리 한국과 포항경주의 역할 정립이었으면 했는데, 제목도 길고 주제도 방대한 감이 있어 포항권으로 줄여 보았다. 진부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나 우리나라로서도 포항권 도시들로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 주제이다.

언젠가 한 지역언론사에서 ‘100년 후의 포항’이라는 주제로 글을 주문한 적이 있는데, 과학기술의 발달, 국제정치경제의 변화, 인간 및 사회의 변화가 10년 후도 예측이 어려운데 어떻게 100년이냐며 그 주제를 거절한 기억이 있다. 지난 20~30년 전의 기억이 생생한 중장년층들로서는 앞으로 10~20년 기간에 무엇이 그렇게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냐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 세계는 테크놀로지, 국제정치경제, 인간의 라이프스타일 등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할 것이며, 그 와중에 국가적으로 산적한 과제들, 즉 자유민주주의 국가 유지, 남북통일, 선진경제사회 유지, 인구소멸 위기 극복, 환경오염 극복 등이 유연성 있게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그들의 지속적인 침략 하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우리라서 앞으로도 그러한 걱정이 없을 수 없으니, 정치가도 역사학자도 아닌 필자로서도 장래 여러 가능성들을 가늠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사태 시작부터 전반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불황을 겪고 있고 그 어려움이 코로나사태가 종료된 지금도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종식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화된 사회에서 각 나라의 경제산업은 크게 연결되어 있고 호황과 불황을 함께 겪고 있다. 지금 지역경제는 말이 아니다. 시민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자 돈을 쓰지 않고 있고, 주택시장도 얼어 있어, 특히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한국의 문화, 즉 영화, 음악, 음식 등이 잘 알려지게 되고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우리나라의 경제력 탓에 우리나라는 역사상 유래 없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국토가 적고, 인구도 상대적인 약세에 있으며, 자원도 없고, 무역을 중심으로 국가의 부를 일구고 있는 우리 한국으로서는 포스트 코로나와 포스트 러-우크라이나 전쟁을 대비해서 새로운 경제산업을 다져야 하는데, 그 전략 중 하나가 환동해권의 적극 진출이라고 본다. 이는 북방항만들과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고, 북방 도시들과 경제산업 연계를 강화시키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북극항로 개척에 참여하는 것 등이라고 본다.

이러한 국가적인 경제산업발전에 가장 공헌할 수 있는 도시가 지난 수십년간 환동해권 허브도시로의 발전을 원하는 포항이라고 보며 이제 그 역할과 능력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라고 본다. 이는 영일만항과 포스코항을 지니고,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2차전지 기업인 에코프로를 지니고, 기존의 600만평에 이어 추가로 600만평 이상의 신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수소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 입지를 다지고, 연구중심대학 포스텍과 국제화된 한동대 등을 지닌 포항이 경주, 영천, 영덕, 청송 등 경북 동해안권 지자체들과 함께 환동해권 교류와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을 경주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영일만항 물류기능이 크게 위축되어 있지만 러-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활성화시켜서 화객용 페리도 정규적으로 운항하며 러시아로 수출되는 중고 자동차 뿐만 아니라 유럽행 컨테이너 화물들을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는 TSR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블라디보스톡 남방 하산에서 선구적으로 농장을 경영하는 포항인이 있어 장차 이 농산물들을 영일만항으로 들여오고 가공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하고, 캄차카 인근에서 잡히는 킹크랩을 현재는 대부분 동해항에서 수입하지만 장차 영일만항에 수조를 세워 들여오자는 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

또한 필요한게 환동해권 관광네트워크인데, 영일만항을 모항으로 하여 일본, 러시아 각종 항구도시들을 순회하는 크루즈라고 본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톡의 서구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또한 특색 있는 일본의 다양한 도시들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나 러시아 관광객들은 포항에서 명품 및 해산물 쇼핑도 하고,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의료관광도 하고, 이웃의 경주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등도 들르고, 포스코, 포스텍, 한동대 등도 들르고, 장차 건설될 영일만대교 중간의 인공섬에 위치한 각종 첨단 놀이기구 및 아쿠아리움을 갖춘 테마파크와 국제적인 규모를 갖춘 호텔 공연장의 연중 엔터테인먼트 쇼를 즐기게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곳에 비즈니스 파크를 만들어 세계의 비즈니스 및 R&D 관련 인사들이 머물며 회의도 하고 사업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게다가 울릉공항이 몇 년 안에 개통이 되므로 중소형 항공기와 위그선 취항을 통해 포항경주공항과 울릉공항을 연계하며 울릉도 및 독도관광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울릉도 자체가 서안해양성기후이며 포항 자체도 비교적 온난한 기후를 지닌 곳이라서 추운 지역에 사는 러시아인 부호들도 영일만 안쪽에 요트를 세우고 겨울을 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포항은 영일만항, 포스코항 등을 지닌 대구경북의 관문항만도시로서, 글로벌기업 포스코와 국제적인 대학과 연구소를 지닌 도시로서 국내 어느 도시보다도 강점을 지닌 환동해권 허브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대구경북이 발전하고 우리나라가 다음 단계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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