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세종대 교수

  외계물체가 출현했다고 하는 뉴스, 영화,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있다가도 내가 잘 모르는 기이한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실제 미국에서 관련 프로젝트도 있었다고 하는 보도를 접하면서 호기심이 생겼다. 정체불명의 비행체(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나 정체불명의 현상(UAP, 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특정 집단의 관심을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멕시코에서는 인간이 아닌 외계인 생명체로 보인다는 2구의 시체를 페루 쿠스코에서 발견하여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18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백 건의 정체불명의 비행체 목격 사례를 조사한 미국 우주국 탐사선은 정체불명의 현상 뒤에 외계인이 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지구 대기권에서 작동하는 잠재적인 미지의 외계 기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으면서 향후 정체불명현상 사건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 우주국은 목격 사례를 조사하고 향후 UAP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항공, 우주 여행, 행성, 심지어 의학 및 해양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구성한다고 하였다. 2023년 7월 26일에는 미 의회에서 정체불명현상과 관련된 증언자 3명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다. 2시간에 걸친 청문회는 정체불명 현상에 대해 공식 석상에 올려 논의한 것이어서 새로운 역사를 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미 의회 청문회 현장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어떤 내용이 증언 되었고 어떤 내용들이 질문되었는지 유투브를 통해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영국 옥스퍼드에도 전달되었다. 옥스퍼드 다이얼로그(Oxford Dialogue)에서도 이와 관련된 발표가 있었다. 미국 의회에서 정체불명현상에 대해 어떻게 증언되었는지에 대해서 청문회 자료 및 관련 자료를 중심으로 발표하면서 미국 민주주의 상황을 병론하는 것이었다. 전 해군 조종사인 Ryan Graves, 전 공군정보관인 David Grusch, 전 해군조종사지휘관인 David Fravor의 증언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들이 본인들이 직접 경험한 것을 말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들은 증언을 모아서 설명하기도 하였다.
정체불명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비행 안전이나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거나 인간존재 그 자체에 미치는 충격이나 인류 문명을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또 경제적, 종교적, 군사적, 의학적, 정신적인 갖가지 이유로 들기도 하였다. 또한 UFO나 UAP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신변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같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UFO 및 UAP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특정 그룹이 미 의회에 영향력을 미쳐서 미국의 귀중한 세금을 잘못된 곳에 사용하도록 한다고 비평하면서 구체적으로 특정 그룹에 소속된 사람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그동안 어떻게 다양한 언론에 영향력을 미쳐왔는지에 대해 유투브를 만들어 밝힌 사람도 있다. 그의 경우 그동안 미국 주요 언론에 UFO나 UAP 등과 관련된 거짓 정보를 올린 것, 정체불명의 현상이 있을 때 언론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사람, 미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그룹이 모두 함께 활동하는 그룹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한 것 같지만 그 자체로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인간은 세상 만물의 다양한 원리를 규명해보고자 노력하면서 천재지변에도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고 하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많고 역으로 인간이 이해하는 것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정체불명의 현상이나 사건은 많이 있다. 이것이 외계 행성이나 외계인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증거로 제시하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불명의 현상에 대해 미 의회에서 청문회까지 가지면서 진상을 파악해 보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끊임없는 탐구심의 발로라고 보인다. 하루아침에 이에 대한 답이 확인될리는 만무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이 낸 세금 활용도의 투명성을 강화하든 미국 민주주의에서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증진 시키든 다양한 측면에서 역할할 수 있는 부분은 있어 보인다. 그와 더불어 인간이 스스로 모르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인간의 교만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고 이 세계를 이해함으로써 결국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더욱 겸손해 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정체불명 현상에 대한 관심은 다른 측면에서 인간과 이 세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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