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찬 편집국장

▲ 강병찬 편집국장

포항남울릉 지역구 국민의힘 후보 경선이 후보 간 상호비방과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혼탁으로 얼룩지고 있다.

악의적 흑색선전을 담은 기사나 ‘지라시’가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면서 후보들은 초를 다투며 해명을 내놓는가 하면, 즉각 고소·고발로 대응하는 등 선거전이 점차 험악해지는 분위기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이렇게 흘러가다가는 선거가 끝나고도 결과 불복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겨진 사법 절차로 인해 후보자들이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불가피해진다.

상대 후보자의 범법 등이 인지되면, 선관위나 사법기관 등에 조용히 의뢰하고 처분 결과를 기다려도 될 일을 굳이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부터 배포하고, 방어수단이라며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행태는 분명 잘못된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각 후보의 이 같은 행위가 일부 몰지각한 언론이나 언론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후보 캠프에서는 언론인을 영입해 홍보 요원으로 활용하면서 상대 후보 흠집내기용 기사를 작성케 하고, 이를 개인의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배포부터 하는 행위는 포항 선거판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행태는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일단 이겨놓고 보자’라는 식의 막가파식 사고와 더불어 상대를 깎아내려 내가 올라서겠다는 일종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언론인이 특정 캠프와 깊은 관계를 맺고 그 캠프의 나팔수 노릇을 자처하는 것은 한참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언론인은 사회의 공기로서 후보자들의 정견과 장단점을 독자(시민)들에게 가감 없이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언론인의 최고 덕목이 정론직필이고 보면, 언론인은 지연·학연·혈연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고, 지나친 개인적 호불호를 매체에 반영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편향된 이념의 굴레에 매몰되는 것도 저어되는 항목이다.

더욱이 진영싸움이 극에 달하는 선거보도에 있어서 저널리스트는 오로지 객관적 진실을 바탕으로 엄정중립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전직 시도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관계자가 스스로 인터넷 매체에 들어가서는 언론을 이용해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에 대해 묻지마식으로 비판 기사를 작성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배포하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포항남울릉 지역구는 26~27 양일간 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틀간 본지에 제보된 후보들의 상호비방 흑색선전 관련 보도자료가 5건이나 됐다.

먼저 최용규 예비후보(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에게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검찰개혁단장을 지낸 경력을 묻고, 진보 방송인 김어준씨 관련 무죄 판결에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색깔론’을 활용한 흑색선전 유형이다.

이에 대해 최 예비후보 측은 “검찰개혁단장 시절 문 정권의 절차와 내용을 무시한 검찰개혁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한직으로 쫓겨났다”면서 “경선 면접에서도 해당 사실을 모두 해명했고 중앙당에서도 이해한 사실”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이상휘 후보에게는 ‘제이유그룹’과 관계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가 과거 국내 최대 다단계 사기업체로 알려졌던 제이유그룹에서 지난 2004년 홍보책임자로 짧게 근무한 경력 때문이다. 당시 35만명에게서 4~5조원대의 피해액이 발생하며 수십명이 목숨을 끊는 등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다. 이는 의혹 부풀리기 방식의 흑색선전이다.

이에 대해 이 예비후보 측은 "과거 조선일보에 게재된 공고를 보고 입사해 3개월 정도 근무했지만,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그만뒀다"라면서 "오히려 저는 제이유그룹의 문제점을 공론화한 공익제보자였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뜨린 사람들에게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펄쩍 뛰었다.

이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도 이 후보가 진천에서 서점을 운영했던 것과 관련해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한 흑색선전이 있었을 때 이 후보는 부부가 새벽부터 등짐을 져 가며 일구었던 삶의 터전이 공격 소재가 된 데 대해 눈물까지 글썽이며 해명에 나선 바 있다.

김병욱 의원에 대해서는 선거 초기 ‘이준석·유승민 계보’라는 주장이 회자됐다. 김 의원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에서 쫓겨날 때 간혹 옹호 발언을 했던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이준석이 이끄는 개혁신당이) 민주당 2중대 역할 시 은퇴해야 할 것”이라며 이준석과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준석 대표가 한 때 국민의힘 대표를 맡았던 만큼, 이와 관련된 입장들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현재 당을 지키며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정치인의 공적 책무의 영역인 만큼 엄연히 구별해야 하는데도 “누구누구 편 맞다” 식으로 편가르기를 이용한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린 것이다.

이 대목에서 유권자들은 ‘상대 비방이나 흑색선전의 경우는 도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높은 유권자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흑색선전이 공격받는 사람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공격하는 사람에게 ‘가해자’ 프레임이 씌워져 되레 역효과가 난다는 보고도 있다.

경북 정치1번지 포항남울릉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지역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무장해 허심탄회하게 공직에 도전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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