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잠지구 개발이 로또?… ‘부동산 개발 비리’ 수사 착수 (2)

▲ 포항 학잠지구 아파트 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 포항 학잠지구 아파트 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중간생략등기·이중계약서 작성·공무원 로비 등 탈법 난무
자연녹지가 아파트 부지로 초고속 용도 변경‘이례적 사례 ’
시민들 “정보독점 부당이득 추구 못하도록 제도 정비해야”




최근 경찰은 포항 학잠지구 대단위 아파트 건설과 관련, 도시개발정보를 공무원으로부터 미리 빼낸 부동산 중개업자가 아파트 시행사와 결탁해 막대한 시세차익은 물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는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본지 3월 4일자 1면)

해당 사건은 부동산 중개업에 함께 종사하던 동료들의 고소에 기인한 것이라 사실일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특히 친구 관계에 있던 중개업자가 직접 피해 본 바를 정리해 고소한 건이라 부인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투자가 재산 증식 주요 수단이 되는 대한민국에서 대단위 도심 개발은 투자의 수단은 물론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어 세인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 게다가 후일 건설된 아파트 분양마저도 특정 세력들의 투기장으로 전락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대단위 택지 조성 및 아파트 건설이 이어지고 있는 포항 시내에도 개발 비리 논란이 이어져 관계 당국의 각별한 관심 및 단속이 조속히 시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부동산 비리는 온갖 범죄 혐의가 난무하지만,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워 중도에 수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전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내부고발에 가까워 이번 사건을 명확히 규명할 시 유사한 도시개발 비리 척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학잠지구 1400여세대 대단위 아파트 건설은 일반적인 아파트 건설과 달리 여러모로 특이한 점들을 보이고 있다.

△2만여평의 시내 중심가 40여 필지의 도심개발이면서도 조합 구성없이 개발이 진행된 점, △자연녹지인 공원부지가 5단계 종상향(種上向)되어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3종주거지역으로 바뀐 점 △자연녹지를 주택지로 지목 변경 시는 학교, 임대주택, 주차장 등 공익목적을 두고 사업 추진하나 학잠지구는 완전 민간아파트 건설만을 허가, 특혜 시비가 나온다는 점 △많은 토지 소유주가 있었음에도 조합 구성없이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후) 14개월 만에 시행사가 개발사업 부지 전체 매수를 완료할 수 있었던 점 △포항시의 사업계획 승인 7일 후 GS건설 공급계약 체결, 이틀만에 청약 마감, 市 사업계획 승인 두달만에 착공 등 모든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었던 점 등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시개발은 지자체가 도시 발전을 이뤄내고자 개발가능지역에 대한 ‘용도지역’ 변경을 허용, 토지 이용 활성화를 이뤄낼 의도에서 시행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공익적인 목적 추진에 맞게 사업들이 진행돼야 마땅하다.

포항의 대부분 도시개발사업들이 이러한 취지에 맞게 시행돼 왔다. 포항 침촌지구개발 사업과 푸른지구, 이인초곡지구, 여남지구, KTX지구, 유강지구, 장성지구 등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개발사업 대부분이 학교와 주차장, 공원, 도로 부지를 제공하고 임대주택 등 공익 목적을 우선시해 지역개발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번 학잠지구의 경우는 너무나 다른 사례가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지역별 도시개발 사례들이 개발사업 공개와 함께 거의 10여년 가까이 조정과 합의 과정을 거쳐 사업 추진이 이뤄진 것과 달리 시공사 주도의 1년여 만에 전체 부지 확보, 2년 내 사업 승인·청약 마감·착공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잠지구 전체 개발부지의 1/4에 해당할 정도로 넓은 땅을 소유했던 토지주의 경우, (개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당시 통상 토지거래 가격으로 매도한 것을 볼 때 미공개 정보 수준의 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토지주가 받은 최고가(평당 600만원)로 산정 시 해당 토지주의 경우, 285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 된다.

학잠지구와 2019년 11월 동일·동시 사업 결정이 이뤄진 양덕2지구 도시개발의 경우, 최초 2012년부터 사업이 추진돼 왔으나 2019년 이전까지 지체돼 왔고, 2019년 학잠지구와 함께 개발계획(변경) 고시했지만 2024년 3월 현재까지도 조합 구성마저도 못한 채 혼란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 도시개발사업들이 시일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를 거치는 수많은 절차와 환경영향평가 등 철저한 검증 통과, 토지소유주들의 합의와 요구 조건 충족 등을 거치려면 7~10년은 기본적으로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러는 동안 개발정보들이 공개될 수밖에 없기에 특혜 시비가 나오기 쉽지 않다.

학잠지구 개발사업에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포항시가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승인해 주었을 것’이 아니다. 행정절차를 준용했겠지만 일반적이지 않는 사례에 대해 허가를 내줬다는 데 있다.

예를 들자면, ‘부동산개발업체가 특정 임야 개발 의도를 갖고 모든 부지를 구입한 채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시켜 달라’고 요구할 시 ‘포항시가 개발 승인을 내 줄 수 있냐’는데 있다. 게다가 해당 사업처럼 학교·임대아파트 건설 등 공익적 목적 하나 없이 전량 민간아파트 건설, 일반 분양을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조건으로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학잠지구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공사가 가져갈 공사비를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한 시행사가 받을 수익이 2000~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항판 대장동 사건’이란 비난이 이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부지 구입 관련 범죄 혐의는 물론 비리 의혹도 결코 적지 않다. 고소인들이 경북도경 반부패수사팀에 제출한 고소장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들은 부동산개발업자 3인과 시행사를 사기죄, 부당이득죄, 변호사법 위반죄,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위반죄, 공무원뇌물죄 등으로 고소했다.

당시 부동산개발업자들은 (평당 시가(時價) 30만원에도 거래가 없던 임야를) 300~600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토지소유주와 33%~66% 인상(UP) 이중계약서를 작성(18건 이상)한 것은 물론 부동산 중개료와 용역비, 공무원 로비자금(차액의 15%) 등 각종 명목을 달아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토지소유주의 건강 악화를 악용, “토지주의 주변 환경(허위 가압류 등기로 압박)이 문제가 돼 사업 무산이 될 수 있다”며 저가로 매도를 강요하는 등 기망(欺罔)과 협박을 통해 사익을 취하는 범죄행위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 적시된 ‘공무원뇌물죄’는 자연녹지지역을 제3종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 조정해 달라고 포항시청 A도시개발과장에게 청탁했으니, 로비자금을 명목으로 토지소유주(고소인들)에게 15% 차익을 부동산업자들이 요구하면서 범죄혐의가 드러났다.

특히 부동산업자들은 공무원에게 전달할 돈이라며 1만원권을 준비한 고소인들은 비난하고 5만원권 지폐로 교체할 것을 요구, 3억1500만원을 갈취해 갔다고 고소인들이 증언했다. ‘중개업자들이 다른 토지소유자들에게도 로비 자금을 거뒀다’고 밝힌 바도 있어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금융거래 내역을 모두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개업자와 시행사간의 관계도 수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년도 안 된 기간 전 사업부지 매수가 어떤 방식으로 완료됐는지, 사전 개발정보를 시공사도 미리 확보했는지, 중개업자들의 저가 매수의 대가는 무슨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이중계약서 작성과 관련성, 시행사가 중간생략등기(미등기 전매)를 하게 된 의도 등 의혹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민 C씨는 “누군가는 학잠지구개발을 로또라고 부르더라. 공원부지 야산 개발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누구나 큰 돈을 벌 수 있었고, 또한 일명 ‘돈 놓고 돈 먹기’ 큰 돈만 있었으며 돈이 돈을 먹는 그런 도심개발 아닌가”라며, “개발정보 공개는 당연한 것이고 투명하게 일 처리해 정보 독점·선점으로 인한 부당이득 추구는 생각도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 및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잠지구 개발사업 시공사인 주원홀딩스(선진홀딩스)는 포항 학잠동 자이애서턴, 항구동 자이디오션, 신문덕 코아루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양덕2지구 개발사업에도 시행사로 일시 선정되는 등 참여를 계속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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