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휴대폰에 이자가 빠져나갔다는 메시지가 떴다. 저금리 때 대출을 받았는데 매달 이때마다 어김없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아쉬워서 빌리기는 했지만 이자로 나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몇 년 사이에 은행 이자가 갑자기 올랐다. 처음 빌렸을 때보다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월급은 오르지 않았는데 이자만 많아지니 수입이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당장 갚을 수도 없어 당황스러웠다.
요즘의 높은 금리 현상에 대하여 정확한 내막은 모르지만 코로나 때 경기를 살리기 위해 무리하게 돈이 풀리다 보니 물가는 높아지게 되자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를 높였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서 그동안 많이 찍어낸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편다고 한다. 이 여파로 연쇄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나는 그나마 형편이 괜찮은 편이다. 젊은이들 중에 소득의 대부분을 빛 갚는데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무리하게 빛을 내어 집을 산 영끌족이다. 그러나 요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여 애물단지가 되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주요 원인중 하나가 금리인상이다.
무분별하다고 젊은이들만 나무랄 수만도 없다. 삼포맨 오포맨으로 희망이 없이 살다가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것이 부동산 상승이니 영혼을 끌어 모아서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다만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는 않았을 뿐이다.

요즘 높은 금리는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IMF시절 살인적 금리 때문에 기업들이 부도가 나고 노숙자들도 넘쳐났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소비가 줄어서 불경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있어야 기업에서 생산도 가능한데 소비를 해야 할 사람들에게 이자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으면 가처분 소득이 없어서 소비를 할 수 없다. 경제의 악순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주 뉴스를 보니 그동안 우리를 괴롭힌 고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미국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위원회(Fed)의 제롬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가 머지 않았다”고 발언했다는 기사가 떴다. 이런 소식만으로도 미국 증시가 활황을 띈다는 기사도 있다.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가 인하될 조짐이 보이니까 연쇄적으로 우리나라 금리도 내려갈 듯하다.

경제학자나 경제 관련 기자도 아니면서 미국금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금리 때문에 겪는 고생이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금리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관련 뉴스에 촉각을 세우게 된다. 코로나 때 당국에서 감염자 숫자를 계속 카운트하여 발표하였고 모든 국민이 이 숫자에 민감해 했었는데 요즘은 미국이 발표하는 금리의 숫자에 모두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절이 되었다.

그런데 정말 금리가 떨어질까?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복잡한 경제현상은 단순히 판단하긴 어렵다. 기상의 나비효과처럼 경제현상에도 나비효과와 같은 현상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금리인하 예측의 효과로 당장 금값이 오른다는 뉴스도 있다.
이자와 관련된 경제현상은 복잡한 것 같다. 작년 이맘때 일본이 저금리로 인한 엔저 효과로 환율이 높아져 우리나라 보다 일인당 GDP가 더 낮게 된다는 예측도 나왔는데 아직 우리가 일본을 추월했다는 공식적인 보고서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일본은 지금은 거품시대보다 더 활황이라는 뉴스도 있다. 싼 물가로 일본여행을 가는 한국인만 늘었다고 하니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파월 의장은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물가상승률 2% 목표로의 진전은 보장되지 않았다”는 식의 모호한 발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코로나와 같이 생각하지도 못한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이 때문에 국제경제는 다시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복잡한 국제정세는 언제 이상한 일이 발생하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다는 여지는 보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코로나 시절 백신 개발 등 코로나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다시 겪게 될지도 모르지만 암울한 세상에 약간의 희망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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