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순얼굴경영연구소장

최근 영화 “파묘”를 봤다. 오컬트(Occult) 미스터리 영화라고 하는데 오컬트의 말뜻은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 즉 인간의 이성으로는 규명하기 힘든 현상'으로 오컬트 영화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 영혼과의 교신, 점, 사후세계 등을 다루는 영화 장르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 1968년〉를 그 효시로 꼽을 수 있다.

그러다 1973년 구마의식을 다룬 영화 <엑소시스트〉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이후 대중적 장르로 확산됐으며, 국내에서 2015년 <검은 사제들〉과 2016년 <곡성〉이 K-오컬트 장르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최민식 배우가 영화 ‘파묘’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한 TV Daily 와 인터뷰한 내용 중에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의 “우리 땅에는 상처가 있다. 그걸 파묘하고 싶다.‘ 사람에게 혈(穴) 자리가 있듯이 풍수학에서는 땅에도 혈 자리가 있다면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장제현 감독은 1981년 경북 영풍군에서 출생하였으며 종교로는 개신교(감리회)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한 후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다가 길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을 우연히 본 계기로 영화인의 꿈을 키우고 군대 전역 후 25세에 2005학번으로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참고로 성균관대 영상학과는 입시 때 실기가 없는 일반학과로, 오직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 상위 1~2% 사이의 점수를 맞아야 입학할 수 있는 학과이다.

대학 시절 첫 작품은 <인도에서 온 말리〉로,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했다. 이 작품으로 2010년 CMB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방송대상에서 학생 부분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편 대학교 3학년 때 1년간 해외의 NGO 단체에서 일하였고, 아프리카에서도 매우 오지에 있는 나미비아라는 나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파묘의 주제는 ‘쇠말뚝’이 중심인 듯하다. ‘파묘’ 영화의 보국사 절 창고에서 ‘철혈단(쇠말뚝을 뽑으러 다니는 단원들)' 사진이 나온다. 그리고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는 메시지도 있다. 쇠말뚝이란 쇠로 만든 말뚝인데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한반도의 정기를 끊고자 쇠말뚝을 산간벽지 이곳저곳에 꽂았다는 것이다.

이 말의 유래는 일본 육군 장군 야마시타도모유키가 일본 패망 후 야마시타가 조선에서 근무할 당시 조선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쇠말뚝 수백 개(365군데의 혈침)를 박았다는 비밀을 형 집행 직전 신세우(그 당시 야마시타 장군의 영어 통역관 한국인)에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언론에서 당시 재판기록과 문서들을 조사해본 결과 조선인 통역관은 없었고, 언급되지 않았다고 드러났다. (출처 1: 신동아 2006년 1월호), (출처 2 :조선일보 2019. 12. 31), (출처 3 : 데일리 굿 뉴스 2012. 02. 27 박승학 칼럼)

그러나 문민정부 시기인 1995년 2월 내무부에서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쇠말뚝 뽑기를 국가정책으로 시행하여 118개를 뽑아낸 바 있다. 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쇠말뚝 괴담이 이전까지는 괴담에 불과했는데 문민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가 일제가 쇠말뚝 박아서 민족정기를 망치고 있다는 식으로 괴담을 진실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은 용도를 알 수 없는 철심이 있다고 하면서 바로 ‘일제가 풍수 침략용으로 박은 철심이다’라고 한다. 나이 든 세대 중에는 아직도 이 전설을 진지하게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오마이뉴스 2005. 06. 26 지리산 혈맥 끊은 대형 철침 제거, 길이 110cm 무게 80kg)

장재현 감독은 어릴 때 전교생이 12명인 촌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멧돼지 등의 야생 동물과 귀신 이야기 등이 많은 시골 동네에 살았던 어릴 적 경험들이 자신의 영화적 취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밝은 성격과 반대되는 것에 끌리다 보니 오컬트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실제로 영화 <검은 사제들〉를 촬영하기 위해 수도원에 가서 종교계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과거에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해 1년간 실제 장의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실제로 파묘(破墓)와 수십 번의 이장에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고 체험하고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는 그런 열정이 영화에 묻어 나와 대중들에게 특유의 공포와 몰입감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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