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인도를 방문할 때였다. 2018년 인도 모 대학교 초청 강연을 마치고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나섰다. 인도에서 공항은 항공권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종이나 휴대폰으로 증명을 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여행 중 조그만 쇼핑센터에만 들어가도 입구에서는 경비들이 삼엄한 수색을 하고 있었다. 출국심사를 하면서 여행 중 숙소에서 다 읽은 책자를 가방 안에 넣고 짐을 샀다. 그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기관총을 들고 서있는 공항 경찰이 심사 줄에서 나와 짐을 다 열어보라는 요구를 했다. 그 많은 인파 속에서 가방은 열렸고 이리저리 옷가지들을 검색하며 그 중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책을 훑어보더니 무슨 책인지 물었고 ‘초원의 집’이라는 서부 개척사의 어느 가족 이야기라고 대답했다.

내용을 묻고 줄거리를 어느 정도 대답을 하고 나서야 책과 가방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굉장히 당황했고 공포에 질린 순간이었으며 인도여행 내내 이런 유사한 검색을 하게 된다. 이렇게 평온한 나라에서 왜 그러는지 처음에는 굉장히 이상했으나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한 나라에서 분리된 국가들로 서로를 향한 증오와 테러가 극심하다는 것이었다. 2008년 영화 '호텔 뭄바이'에도 소개된 인도 뭄바이의 타지마할 호텔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사건이 이를 잘 설명한다. 인도판 9.11 테러라고 불린 이 사건은 총 160여 명의 사망자와 300명의 부상자를 내고 인질범들과 60시간 대치 끝에 테러범 9명을 사살하고 종료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과도할 정도의 검문검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인도는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며 동시에 파키스탄과 분리 독립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인도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힌두교 신도와 무슬림간의 대규모 유혈 충돌이 일어났다. 이때 인도에 사는 많은 무슬림은 파키스탄으로 향했고, 파키스탄에서는 힌두교 신자 등이 인도로 대규모 이동이 있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분리 이후 역사가 있고 이를 서로 경계하며 아직도 서로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고 있지 않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인도 정부가 반(反)무슬림을 정책 기조로 하여 시민법 개정(CAA)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무슬림 배제를 원칙으로 하는 이번 시민권법은 인도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에 불법 체류 중인 사람에 대해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단, 2014년 12월 31일 이전 인도에 들어와 체류 중인 힌두교, 불교도 등 6개 종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나, 하지만 무슬림은 부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인도 시민권법 개정으로 인도 전역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면서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치는 일도 일어났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아쌈주는 2015년 방글라데시 불법 체류자들을 솎아내기 위해 국가시민명부(NRC) 등록을 진행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이전부터 인도에서 살고 있지만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주민 190만 명이 불법 체류자로 무국적자가 되어 추방 위기에 놓여 있었다. 시민권 신청대상에서 무슬림만 제외되어 추방대상이 될 공산이 높아 미국은 즉각 우려를 표명하며 법 시행 과정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도 인도 정부는 시민권법 개정이 다른 종교에 대한 관대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국가시민명부(NRC)등과 결합하면 무자비한 인종청소를 수행하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반 무슬림 논란에 대해 내부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아쌈주는 미얀마 북부와 서부, 그리고 방글라데시와 부탄 등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의 변방이다. 이런 점에서 이 지역을 통해 밀입국하는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기 위해 국가 시민 명부를 동원한 것이라 밝혔다. 인도는 시민법 개정(CAA)을 통해 불법으로 체류하는 인도 무슬림들 존재에 대한 척결의지를 강력하게 내보였고, 대상이 인도 내부에서만 2억 명이 넘는다고 하니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국경을 3천 킬로미터나 마주하고 있는 두 나라는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카시미르 지역 영유권을 둘러싸고 세 차례 전쟁을 치렀고 지금도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1964년 중국이 핵무기를 인도 국경에 배치하자 곧이어 인도가 핵실험을 하였고, 그 이후 파키스탄마저 핵보유국이 되어 이 지역을 국제분쟁의 대표적 위험 지역으로 만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양 국 간의 갈등과 종교 분쟁, 인종 청소를 연상시키는 이번 조치를 보며 강화되는 힌두 민족주의에 우려를 표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불구경하는 강 건너 서방세계에서는 인도 정부와 입장과 처지가 다르므로 이번 사건만을 가지고 인도정부의 시민법 개정(CAA) 시행에 대해 비판하기가 참으로 제한적이다.

이들은 이미 70년의 역사적인 종교 갈등과 카슈미르라는 화약고를 두고 있는 지역특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인도에서 일어난 종교와 인종 갈등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남과 북이 분리, 대치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정책, 국방문제를 다시 생각하며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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