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니카 수필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봄길’이 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봄길이 된다면 걷는 걸음마다 얼어붙은 대지가 녹을 것이고 살 속을 파고든 찬 바람이 데워질 것이며 언 땅에 숨죽여 견디고 있을 뿌리에서 새싹이 나오도록 따스한 입김도 불어 넣어 줄 터이니 봄길은 세상의 기쁨이 될 것이다. ‘봄길’같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이 솟을 것이다. 용기가 북돋워질 것이다. 사는 맛이 날 것이다. 하지만 막상 봄길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길이 끝나는 곳’에서 스스로 길이 되는 사람은 아픔을 견딘다. ‘사랑이 끝난 곳에서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되려면 고통이 따른다. 그것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끝이 주는 부담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을 따스하게 데워주었고 사람들을 껴안아 주었던 봄길 같은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시련 속에서 버텼고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이었다. 아픔을 알기에 타인의 아픔을 이해했고 고통을 알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이해한 것이다.‘ 봄길’같은 사람은 큰 사람인 것이다. 넓은 포용력의 사람이다. 누구나 기대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그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늘 봄일 텐데….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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