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필자가 지켜본 발명기업인들의 성공비결은 실로 다양했다. 저마다 하는 발명이 다르고 기업경영 방법도 달라 절대적인 비결은 있을 수 없겠으나 앞서 성공한 발명기업인의 비결은 참고하여 자신만의 비결을 창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발명가들이 이 같은 방법으로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필자 또래의 모 기업 CEO는 오래전 IMF로 직장을 잃고 마땅히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어 방황하던 중 우연히 발명 교육에 참석했다가 발명에 도전하여 환풍기 성능개선 대한 특허까지 받자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에 도전했다. 말이 창업이지 사무실도 공장도 자신의 전셋집이었다. 이미 대학생인 두 자녀까지 두고 있어 세 개의 방을 모두 사용하는 관계로 거실에서 시작하였다. 창업자금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했던 2천만 원이 전부였다.

때마침 IMF로 정리하는 환풍기 업종의 기업에서 생산시설 일부 및 부품을 인수해 부인과 함께 기존제품에 자신의 특허인 부품을 추가하여 성능이 향상된 소형 환풍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서둘러 실용신안과 디자인 및 상표도 출원했다.
문제는 판로였다. IMF가 모든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버려 팔 곳이 없었다. 궁리 끝에 주변 반지하 집에 기존제품의 반값에 설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소형 환풍기는 반지하 주택의 필수품이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이에 자신감이 생겨 집 근처 상가건물의 허름한 지하창고 일부를 월세로 빌려 가내 공업으로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갔다. 그 무렵 또 다시 발명 교육에 참석했다가 전국 규모 발명품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출품해보기로 했다. 가내공업제품이라 자신이 보기에도 허술하여 출품했다가 망신이라도 당할까 봐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출품했다. 얼마 후 전시작품 선정은 물론 수상까지 하게 됐다는 통보가 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발명품전시회에서 최대한 많은 인맥을 형성하기로 했다. 앞서 성공한 모 CEO가 국내외 발명품전시회 빠짐없이 참가하여 자신의 제품을 널리 알리고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여 성공했다는 사례를 자신도 실천에 옮겨 보기로 했다.
그는 전시 기간 내내 부스를 지키며 ‘관람객이 고객이다’는 자세로 친절하게 자신의 제품을 설명하며 판매하기도 했다. 다른 부스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커피 등 음료수를 제공했으나 비용 절감을 위해 집에서 준비해온 옥수수수염 차를 제공했다. 관람객이 뜸하면 주변 부스를 찾아 인사를 하며 인맥을 형성해 갔다. 이렇게 형성된 인맥은 수시로 전화를 하며 철저하게 관리했다. 그 결과 그들로부터도 심심찮게 제품 주문이 들어왔고 각종 기업경영 및 특허정보도 수집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국내외 발명품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같은 방법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인맥을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연세가 많은 모 CEO가 회사를 정리하면서 꽤 인기 좋은 가전제품을 회사를 좋은 조건으로 넘겨주어 업종 전환도 이루어졌다. 자신은 CEO-연구소장-공장장-홍보실장-영업부장 등 1인 다 역을 맡고 부인은 경리 이사, 회사를 넘겨준 CEO는 고문 및 감사, 두 자녀가 사원으로 일하는 가족 회사가 탄생했다.
그는 계속 국내외 발명품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제품을 홍보하며 인맥 형성을 넓혀갔다. 외국 인맥은 소량이기는 하지만 수출의 길도 열어 주었다. 특히 발명전시회에의 수상은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회사는 날로 발전했고 드디어 주식회사로 성장했다. 이때부터는 하루 한 시간 이상 전화 등으로 인맥 관리를 했다.
어느 사이 그도 나이가 들어 딸은 오래전에 결혼하여 집을 떠나 아들에게 회사를 넘겨주었다. 아들은 학생 시절부터 부친 회사 제품을 개선하여 특허와 실용신안은 물론 디자인까지 등록받은 후 발명가로서 경영수업을 받고 기업을 물려받았다. 아들 역시 국내외 발명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제품을 홍보하며 인맥 형성을 넓혀가는 모습이 부친을 꼭 빼닮았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