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규 사회2부 부국장(상주 담당)

곡돌사신(曲突徙薪)은 한서(漢書)에 나오는 말로써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近處)의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뜻으로, 화근(禍根)을 미리 방지(防止)하라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한 나그네가 날이 저물어 어떤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됐다.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다가 나그네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집 굴뚝이 너무 곧아 불길이 튀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땔나무가 가득 쌓여있었다. 나그네는 걱정스레 집주인에게 말했다. “얼른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다른 데로 옮겨 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큰불이 나고 말 것이오.” 그러나 집주인은 나그네를 힐끗 쳐다보더니 못마땅한 투로 말했다. “거 여태껏 아무 일 없었으니 신경 쓰지 마시오.”

그리고 며칠 뒤 과연 나그네 말처럼 집에 큰불이 나고 말았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집주인을 구해내고 집이 다 타기 전에 진화됐다. 이에 집주인은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과 술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 모습을 본 마을의 한 어른이 주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때 자네가 나그네의 말을 들었더라면 불이 날 일도 없었거니와 이렇게 술과 고기를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것 아닌가.” 라고 했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은 지혜로운 사람은 화가 시작도 되기 전에 그 싹을 미리 없애버린다. 다음으로 지혜로운 자는 사건 초기에 그것을 차단하는 사람이다. 반면 어리석은 자는 일이 다 진행된 후에 그것을 수습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시작도 되기 전에 미리 그 기미를 감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보통 혜안을 가진 자가 알려주어도 비웃으며 그냥 흘려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탈이 난 후에야 큰 대가를 치르고 수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의 말을 듣고 화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저녁 이태원에서 할로윈데이를 맞아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으로 몰려 내리막길에서 내려가다가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도미노처럼 연이어서 넘어져서 사망자 154명, 부상자는 130여명 이상이 난 대형사고이다.

참사 당시 이태원에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는데 특히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보행로 폭이 4m 안팎으로 매우 좁은 구역임에도 현장 통제 및 통행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재난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핵심 원칙을 알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은 우리의 삶에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는 위협이다.

한편 상주시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단계 '국민안전체험시설 건립' 지원 사업(경상북도 국민안전체험관)'에 선정됐다고 지난 연말 밝혔다.

국민안전체험관은 2025년부터 착공해 2028년까지 사업비 588억 원(국비 120, 도비 230, 시비 238)을 들여 6대 안전분야 28개 체험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상주시는 이외에도 4계절 전문적인 생존수영 훈련을 받을 수 있는 365생존수영체험장과 터널사고·산불·산사태 등에 대비할 수 있는 5개 체험시설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은 “굴뚝을 굽게 만들고 땔나무는 옮기라고 한 사람은 상을 받지 못하고 머리를 그슬리고 이마를 데며 불을 끈 사람은 상객이 된다.”곡돌사신 무은택(曲突徙薪 無恩澤) 초두난액 위상객(焦頭爛額 爲上客)에서 나온 성어다.

굴뚝을 구부리고 아궁이 근처의 땔나무를 옮기는 작은 수고로움으로 재난이라는 큰 재앙을 방지할 수 있으면 이 얼마나 효율적인가.

모쪼록 상주시가 사통팔달 교통요충지 등 우수한 입지 조건에도 과거 각종 굵직한 유치전에서 단골 2위에 머무른 '2등 징크스'를 날려버렸듯이 굴뚝을 구부리고 땔감을 옮기라는 나그네의 말을 명심해 재난에 대비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는 예방, 대응, 회복의 과정을 철저히 준비하고 실천함으로써 재난에 강하고 재난에 안전한 안전 넘버원(Number One) 상주시로 탈바꿈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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