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니카 수필가

나는 너의 말이고 싶다.
쌀이라고 하는 말,
연탄이라고 하는 말,
그리고 별이라고 하는 말,
물이 흐른다고
봄은 겨울 다음에
오는 것이고
아이들은 노래와 같다라고 하는
너의 말,
또 그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불꽃의 바다가 되는
시이트의 아침과 밤 사이에
나만이 듣는 너의 말,
그리고 또 내게 살며시 깜빡이며
오래
잊었던 사람의 이름을 대듯이
나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평화라고 하는 그 말.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의식(儀式) 3’의 시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을 의미하는 ‘의식(意識)’이 아닌 어떤 행사를 치르는 격식인 ‘의식(儀式)’을 의미하고 있다. 이 시가 왜 ‘의식(儀式)’이라는 시 제목을 붙였는지 생각해 볼 여지(餘地)를 준다. 소리 내어 읽을수록 점점 이 시에 빠져들었다.

‘나는 너의 말이고 싶다.’는 말이 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다. 네가 하는 말이라면 그 말이 곧 나였으면 좋겠다는 것. 우리들의 생명을 이어 줄 ‘쌀’이었으면… 춥고 가난한 냉기를 덥혀 줄 ‘연탄’이 되었으면… 높은 꿈을 꾸게 하고 이룰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하는 ‘별’이 되었으면 하는 말… ‘아이들은 노래와 같다라고 하는 너의 말’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의 옹알이가 듣기 좋고, 이제 말을 배우는 아이들의 알 수 없는 언어를 노래로 들린다고 말할 수 있는 너의 예쁜 마음을 시인은 그윽히 바라보는 눈빛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눈빛이 좋다. ‘나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평화라고 하는 그 말’ 시인은 이 세상 무엇보다 값진 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데 나를 매료 시켰다. 참 귀한 시인이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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