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선원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 국적의 삼호해운 소속 선박 삼호 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해 피랍되었다. 긴박함이 흐르는 가운데 로이터 통신 등 국제적인 긴급뉴스로 전 세계에 타전되며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민간 선박을 납치하여 몸값 지불을 요청하는 사례가 빈번해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대 여론이 생겨나고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구출 작전을 보고 받고 최종 승인, 작전명 ‘아덴만 여명작전’이라 명명하며 자국 국민의 인질 구출에 나서게 되었다. 작전 과정에서 해적이 발사한 총탄에 부상을 입은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은 응급 처치 후 후송되어 수술을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해군은 당시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의 특수부대(UDT/SEAL)장병들로, 이 작전은 세계적으로 인질 구출 사상 기념비적인 사례를 남기게 되었다. 해군 장병들의 헌신과 목숨을 담보로 하는 구출작전은 해적 8명을 사살, 5명을 생포하고 인질 21명 전원을 구출하였다. 우리 장병들의 목숨을 건 이 작전은 한 편의 영화보다 더 박진감 넘쳤다. 채 어둠이 가시지 않는 바다에서의 추격과 빗발치던 기관총탄의 불빛, 갑판에 오른 특수부대 요원들의 아슬아슬한 총격전 등. ‘아덴만의 여명’작전은 대한민국 필승 해군의 전비태세와 필승의 의지를 전 세계에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각종 선박 제조회사에서는 해적을 퇴치하기 위한 통합시스템을 개발, 물대포 등 비 살상 무기를 탑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당시 국민의 관심사로 크게 집중 부각되었으며 석해균 선장의 수술과 치료를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과 과장도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중증외상환자 치료 및 응급의료에 관한 국민의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크게 일으키는 사건으로 남겨져 있다. 이로 인해, 닥터헬기라고 불리는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고, 국가별 지역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크게 기여한 사건으로 남아있다. 해적들의 자국민 피랍사건은 여러 방면에서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뒷 사연들을 남기고 역사 속으로 저물어져 갔다. 그러나 이 불행한 사건은 엉뚱한 뒷이야기도 남기고 있다. 다짜고짜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포된 해적들의 이야기이다.

생포된 해적들은 현재 외국인 전담교정시설인 대전과 천안교도소에서 징역을 살고 있다. 석해균 선장을 총으로 쏜 무함마드 ‘아라이’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으며 나머지 해적들도 징역 12년에서 15년 사이 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2011년에 일어난 일이므로 지금 시점으로 무기수 ‘아라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 해적들의 형기가 만료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교도소에서 복역 도중 외국인 특별급식을 받고 일반 수감자들이 배식 받고 있는 한식 외에도 빵과 계란 부침, 소고기 스테이크 등의 식사를 제공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한민국 교정국은 이들에게 이슬람식 식사와 종교생활도 가능하게 하고, 자원 봉사자 등을 통해 한국어 등 우리문화를 배우고 있다.

출소를 앞둔 해적 들 중 일부는 형기를 다 마치고 난 후, 만약 한국 정부가 허락해 준다면 한국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매우 좋은 나라이며 다른 해적들도 아프리카에 있는 호텔들보다 한국의 유치장 환경이 훨씬 더 낫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고 있다고 매스컴에서는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수감자와 마찬가지로 교도소 내에서 작업수당도 받는데 이 금액은 소말리아로 가져가게 될 경우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큰 금액이 된다는 게 교정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결론은 해적들의 희망대로 우리나라에서 국적을 얻거나 출감 후 한국에서 장기 체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은 강력 전과범인 동시에 범죄의 고의성이 이미 크게 드러난 만큼 한국의 귀화심사를 통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11년 석해균 삼호 주얼리호 선장이 자신에게 총격을 가해 대전교도소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무함마드 ‘아라이’를 방문하였다. 몇 년 만에 바다 위가 아닌 대한민국 땅에서 다시 만난 이 두 사람은 서로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이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고 반갑지만 반갑지 않는 기묘한 한 장의 사진을 보며 불과 얼마 전 총을 쏘며 인명을 아무렇게나 다루었던 사람도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이렇게 달라짐을 확인하게 된다. 만약 이 두 사람이 이역만리 해상 위에서 민간 상업 선박을 탈취하려는 해적 대신, 더 평화로운 자리에서 만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그랬다면 이들의 만남과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웃는 모습이 더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홍해를 지나가는 민간인 상선에 미사일을 쏘며 위협을 가하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습소식이 매일 저녁뉴스를 장식한다. 날마다 마치 고함을 치듯 자신들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후티 반군 대변인의 모습을 보며 그들만의 틀 안에 갇혀 사고하는 모습이 해적선장 아라이와 겹쳐 지나간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