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 밝은정신문화센터원장

마을 앞에는 약 오백년 삶을 가진 느티나무가 있었고, 3대가 함께 살던 집 뒤뜰에는 거대한 살구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를 발하며, 커다란 뽕나무가 돌담을 넘어와 그늘을 만들고 돌담아래 이름 모를 꽃들이 장독대를 에워 쌓은 양지바른 아늑한 곳, 그리고 앞 마당에는 덕가리(병아리 집)가 있어 암탉이 노랑 새끼 병아리들을 위해 쉴새 없이 땅을 후비며 먹이를 찾아주는 참된 평화가 있던 곳! 뒷동산에는 조상님들이 조용히 후손들을 내려다 보며 영(靈)과 육(肉)이 함께 하던 아늑하고 평온한 황계포란(黃鷄抱卵)의 명당이 자리한 내 고향 성전(城田)부락이었다.

어릴 적 동학(東學)의 종도사(宗道師) 할아버지께 시천주(侍天主)를 배우고, 천자문과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맛보며 중학을 마친 뒤 새로운 세상인 큰 도시로 향하였다. 시골 촌놈이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고등, 대학을 마치고 나니 입영 영장이 날아왔다. 데모로 몸살을 앓던 시절, 더벅머리를 깍고 웃으며 입대 하였다. 만 3년의 짧은 군 생활에서 얻어진 것은 “하면 된다”는 군인 정신 하나! 이곳에서 최고의 극기(克己)훈련도 받아 세상 풍파를 이겨낼 “이긴 자의 정신”을 배웠다.

논산훈련소 3년의 조교생활을 마칠 때 쯤 사람 다루는 법도 배웠고, 군 조직의 규율 속에서 인내와 질서를 배웠으며 “나라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근엄한 훈시도 할 수 있는 군인으로 변해갔다. 사람의 정신(精神)을 개조하는 훈련소 3년의 군생활을 제대한 후 또 다른 산업 군대에 들어가게 된다. 바로 포항제철! 허물어져가는 민족의 뼈대와 생기(生氣)를 세울 철강산업의 역군(役軍)으로 가기 전 어느 날, 아버지 앞에 불려가 내 인생의 바르게 가는 길인 첫 말씀(道)을 들었다.

겨울 눈이 내린 초등학교 운동장을 보시며 “저 초등학생이 걸어간 길을 봐라! 왜 저렇게 구불구불 길이 휘어져 있나? 물음에 답을 못한 아들에게 “저 앞에는 축구골대가 있다, 저 학생이 골대를 마음에 두고 걸었다면 아마도 바르게 길이 나 있었을 것이야! 이제 직장인이 되었으니 너의 목표를 세우고 네 인생길을 바르게 걸어가라” .지금도 그 말씀이 비틀린 마음을 잡아주는 인생의 깃대가 되어 영계(靈界)에 계신 아버지의 흔적으로 깊이 남아있다.
산업현장은 또 다른 군대 같았다. 포항제철! 군대의 행정과 조직 문화였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일이 주어졌다. 군에서 익숙했던 일이라 새로운 희망과 자부심을 갖고 황색 작업복의 조직 질서에 순응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였다. 첫 직장에서 주어진 업무는 지구촌 최고의 부가가치 제품인 전기강판을 생산할 공장 건설과 최고의 품질, 생산 기반(基盤) 구축이었다. 12개의 공정을 거치는 과정 중 어느 한 공정만 잘못 되어도 불량품이 나는 도자기 장인(丈人)정신이 있어야만 품질확보가 가능한 제품이었다. 약12년 넘게 방향성(方向性) 제품에서 불량품만 쏟아져 힘들고 어려웠던 때도 당시 우리에게 “포기란 단지 배추를 세는 단위일 뿐 이였다”

철강 선진국의 “기술도 경험도 없는 너희는 할 수 없다는 비아냥! 허나 “우리는 이 나라 산업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전기강판(電氣鋼板)을 생산 공급해야만 한다.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있다. 우리 힘으로 이 나라 산업의 핵심소재인 이 제품을 생산해야만 한다” 는 사장님의 훈시를 들으며 마음에 뜨거운 열정이 솟아났다. 그리고 약12년 만에 공장과 기술 연구소의 역군들이 수고와 노력으로 수 많은 시험생산을 거치면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성공은 오늘날 산업 발전에 기폭제가 된다. 변압기, 전기자동차, 선박, Motor, 냉장고, 등 전자기기에 핵심 필수 소재로 공급되어 산업발전에 큰 공헌(貢獻) 하였다. 생산공장 시작부터 마지막 공정까지를 관리한 필자는 33년을 끝으로 직장을 마감하였다. 노후 삶! 약 42년 전 적성을 살려 조경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회사에 메인 몸이지만 근20년을 조경재료인 나무 농사에 투자하였다.

조경(造景)은 학문적 정의로 “인간이 배출한 공해(公害)로부터 인간을 해방 시키는 학문” 이다. 나무를 키우며 그 삶을 배우고 참 도(道)를 배우면서 삶과 참 인생의 이치를 깨달았다. 경에서 배운 인간이 배출한 공해란 바로 “악의 씨인 욕심(慾心)이요 죄(罪)였다. 이것에 갇힌 생로병사의 삶! “인간을 원죄(公害)로부터 해방시키는 학문” 인 악(惡)을 버리고 죄 짐을 내려 구중심처에 에덴동산을 복원하여 생명나무를 심어 조성하는 약6천년 전 잃어버린 본향을 찾아 회복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본향(本鄕)! 그런 본향에는 공해(公害)인 사망도 슬픔도 애통도 없는 효자들이 사는 곳을 만드는 일이었다. 해서 오래 전 천부(天父)의 잃어버린 그 땅을 아름답게 조성하여 본향에서 처럼 오순도순 살고자 했던 것이다. 추사(秋史) 김정희는 “부모 자식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일생에 제일 행복한 일이다” 했고, 도연명(陶淵明)은 “옛집에 돌아와 보니 그 동안 마음이 몸에 부림을 받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했다. 오늘날 종교란 죄악에 물든 내 자신을 이기는 일이며, 성경에는 때가 되면 인간의 악한 심성(心性)이 배출한 공해 없는 아름답고 깨끗한 명당(明堂) “새 하늘 새 땅”을 창조하는 일이라 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알 수 없었으나, 이제 때가 되어 예수님의 계시 책을 오늘날 약속한 목자에게 알려주시니, 이제야 듣고 깨달아 믿고 행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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