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세종대 교수

  포르투갈의 중요한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는 신트라(Sintra) 지역의 문화유산이다. 이 지역은 페나 왕궁(Pena Palace), 신트라 왕궁(Sintra National Palace) 뿐 아니라 무어 성(Moorish Castle)과 몬세라테 궁(Monserrate Palace) 및 헤갈레이라 궁(Regaleira Palace) 등 다양한 성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늘어서 있다. 신트라 지역 구비 구비에 유적지가 분포되어 있어 전체를 보려면 걸어 다니기 어려우므로 2개의 버스 노선이 구역을 나누어 다니게 되어 있다.
동화와 상상의 나라 디즈니랜드의 모델이 된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Neuschwanstein Castle)을 건축한 건축가를 초빙한 포르투갈의 페르난드 2세(Ferdinand Ⅱ)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을 아내인 마리아 2세(Queen Mary II)에게 선물하고자 멋진 성을 건축케 하였다. 그 결과 노이슈반슈타인 성과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지만 노란색과 빨간색 또 포르투갈의 타일을 덧입힌 아름다운 성이 탄생하였다. 19세기 중기 이후부터 1910년까지 왕궁으로 쓰던 곳인데, 산 꼭대기에 건축되어 있어 조망권은 좋지만 도시와 동떨어진 곳이어서 방문이 쉽지 않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구석 구석 섬세하게 각종의 예술혼이 불어 넣어져 있고 특히 천장 장식이 화려하다.
페나 성에서 10분만 걸으면 10세기에 이베리아반도 무슬림 세력들이 군사적 방어시설로 건축한 무어 성이 있다. 산의 지형을 활용하여 외성과 내성으로 튼튼히 쌓은 성으로 지금도 세월의 이끼를 둘러 쓴 채 건재해 있는 성이다. 물론 12세기에 다시 기독교 세력이 무어 성을 정복하여 20세기까지 성을 보수한 흔적이 시대의 변화를 설명해 주고 있다. 성안에는 10-12세기 이슬람 무어인의 거주 흔적이 남아 있고, 이곳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자료는 성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무덤도 남아 있는데 발굴 지층에 따라 서로 다른 시대의 유물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무어 성에 가기 직전부터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에다 안개가 낀 몽롱한 상태가 펼쳐졌는데 이끼 낀 무어 성의 유적지를 설명하는 역사와 날씨의 분위기가 그 무엇보다도 잘 어울어졌다.
신트라 시내로 내려오면 14세기 이래 18세기까지 정치와 경제 중심지이자 귀족들의 회합장소, 장례장소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던 신트라 성이 있다. 특히 포르투칼 아비즈(Aviz) 왕조의 시초가 된 요한 1세(John I) 통치 시대인 1385-1433년에 번영했다고 한다. 1415년에 포르투갈 첫 식민지인 세우타(Ceuta)를 정복하면서 세력이 뻗어나가던 시대이기도 하다. 방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장식되어 있는데, 천장에 화려한 백조가 가득 그려져 있기도 하고, 까치같아 보이는 새가 그려져 있기도 하며, 포르투칼의 세계로의 탐험을 묘사한 방도 있다.
신트라 궁전의 백미는 포르투갈 황금시대인 마누엘 1세 1495-1521년의 통치기간 중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력을 상징하는 헤랄딕 홀(Heraldic Hall)이다. 각기 12미터의 사각형 방에 팔각형 천장에 펼쳐진 금빛 찬란한 화려함에서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다. 최고의 해군력을 갖추고, 아프리카, 브라질, 인도, 동아시아에 기지를 두면서 직물, 카펫, 진주, 보석, 귀중한 목재 및 향신료 무역으로 엄청난 부와 문화적 전성기를 누렸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상징을 담은 화려한 금장식의 천장과 왕의 위엄을 다각도로 그린 타일벽화의 조화 속에서 당시의 위용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런데 1910년 왕조를 종식시키고 공화정이 들어섰으나 오래지 않아 36년간 독재체제 하에서 신음해야 했는데 그 때 정치적 권위를 드높이려는 차원에서 과거 왕조 역사 유적이 복원되기도 하였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기도 하다.
신트라 지역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만장자 상인 카르발류 몬테이루(Carvalho Monteiro)가 1892년 이탈리아 건축가에게 의뢰해서 건축한 헤갈레이라 궁도 있다. 기본적으로 1904-1910년에 건축하였는데 그동안 소유주가 여러 번 변경되었다. 4헥타르 이상의 땅으로 둘러쌓여 있는 궁전은 로마 카톨릭 채플도 있고 단테 '신곡'의 9개 감옥에서 영감을 받아 성전 기사단 9명의 기사를 의미하는 곳이자 프리메이슨의 입회식을 했다는 우물도 있다.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하는 우물 옆으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서 실제로 지하 비밀 지옥으로 내려가는 통로 같은 곳인데 동굴을 거쳐 빛을 향해 나가면 환생의 의미가 느껴지도록 설계한 신비한 곳이다.
신트라는 포르투갈 왕조의 시작부터 공화정이 들어서기 까지의 역사를 궁전을 통해 살펴보기에 아주 좋은 지역이다. 또한 무어인의 정복과 레콩키스타를 통한 기독교 세력의 재정복을 되돌아 보기도 좋은 역사의 현장이다. 페나 궁과 헤갈레이라 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지역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포르투갈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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