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순얼굴경영연구소장

사람을 만나면 ‘첫인상이 좋다, 나쁘다’ ‘한눈에 반했다’라는 표현을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정이 가는 사람이 있고 매일 만나는 사람인데도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되는 데에는 다양한 심리가 작용한다.

첫인상에 대한 심리적인 편견을 예로 들면, 첫 번째는 외모가 뛰어나면 성격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둘째 선입관이 생기면 상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셋째 일류대학이나 명문가 출신은 훌륭하리라 생각한다. 잘못된 첫인상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겨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또한 사귄다면 자신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이상적인 친구를 스스로 차버리는 예도 있을지 모른다.

일찌감치 인상학에 관심을 가져온 서양에서는 인상학이나 관상학을 점술이 아닌 ‘페이스 리딩(Face reading)’, 즉 과학적으로 얼굴을 읽는 방법으로 보급하게 되었다. 그에 비해 동양의 인상학은 여전히 점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성격이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얼굴을 공부하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동양에서 ‘인상학’이나 ‘관상학’이 미신이라는 오명을 들으면서도 살아남은 것은, 얼굴로 상대를 정확히 읽고자 했던 사람들의 욕구에 부응해 일종의 ‘경험 과학’으로서 나름의 실적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말에는 ‘한솥밥을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즉 가족(家族)은 대체로 혈연, 혼인, 입양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집단을 말할 때는 가정이라고 하며, 그 구성원을 말할 때는 가솔(家率) 또는 식솔(食率)이라고도 한다. 또 식구(食口)라는 말이 있는데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 그리고 다른 뜻은 한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한솥밥을 먹으면 동료”라는 의식이 강한 우리와는 달리 서양인은 상대가 적인지 아닌지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미지의 침략자에 대한 공포와 싸우며 생활을 영위해왔다. 따라서 상대의 말이나 행동 외에도 손쉽게 적을 가려내기 위한 다른 수단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얼굴’을 통해 상대를 판단할 방법을 찾고자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양에서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의사를 전달하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로 표정과 몸짓에 주목한 것도 이와 같은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미디어의 이해'를 쓴 마셜 맥루언은 TV나 주간지 등을 작은 상자라고 부르면서 문명을 변화시킨 존재로 인식했는데 현대는 영상 대중매체(TV 등)가 보급되면서 외모에 원래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TV에서는 보통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눈의 깜빡임이나 입가의 표정이 두드러져 보인다. 가령 손을 입에 대고 말하는 동작이 반복되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자신감이 없다는 인상을 준다. 또 코를 자주 만지면 불결하고 점잖지 못하다는 불신감을 느끼게 되며,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팔짱을 끼고 있으면 상대방을 좀 깔보는 듯 거만한 느낌을 준다. TV 시대는 곧 얼굴의 시대다. 얼굴의 인상에 따라 그 사람의 평가가 좌우되는 시대가 되었다.

얼굴은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 시키는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정치인처럼 자신을 확실히 드러내고 표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은 자기 얼굴이 남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페이스 리딩이 필요하다. 이는 사람을 읽기 위한 본격적인 얼굴 분석법이다. 지금처럼 세상이 복잡해지고 사고방식마저 다양해지면서 우리는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이 필요해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어 삶의 퍼즐 속에 제대로 배치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사람을 만나서 이른 시간 안에 그 사람을 보는 눈, 즉 ’얼굴에 대한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아사노 하치로의 'CEO, 얼굴을 읽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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