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안보 필요성 차원…남측 손들어줬다 평가 무리 시각 / AIIB 참여 등 세계 금융패권 우군 선점 목적도

▲(사진설명)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방한은 이례적으로 한국만을 단독 방문한다는 점, 북한을 건너뛰고 남한을 먼저 찾는다는 점 등에서 예전과 달라진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력을 짐작케 한다.

다만 중국 정부 역시 외교안보 차원에서 나름의 셈법에 따라 방한하는 것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 주석이 관례를 깨면서까지 한국을 찾는 '속내'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단 시 주석의 방한이 상당한 대북 압박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 혈맹국인 북한보다 남한을 먼저 찾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상당한 부담감을 주는 것인만큼 중국의 대(對) 한반도 외교의 무게중심이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불쾌해 하는 반응이 포착되고 있는 모습에서도 이 같은 평가는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이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입장의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경계의 시각도 제기된다.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한반도 지역의 평화'라는 중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의 근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중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것 역시 큰 틀에서 중국의 주변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지, 냉정하게 봤을 때 남측의 편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시 주석의 이례적인 이번 방한의 목적은 오히려 한미일 간 안보협력 구축 과정을 경계하기 위한 의도가 내재돼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과 무관치 않은 등 자국 안보와 연결 지점에 있는 국가"라며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우리측의 보다 적극적인 남북관계에서의 노력을 주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통해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한미일 간 공조 수준을 낮추기 위한 큰틀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역사도발에 대한 노림수도 없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일본은 한국과도 역사문제로 인해 갈등관계에 있다. 중국 입장에선 일본의 역사도발과 관련 한중 간 공조를 활용하고 싶은 측면이 높을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하얼빈시에 안중근기념관을 설립해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만 미국의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정부 입장을 중국측도 인지하고 있는 점에서 일본의 역사도발과 관련한 공동 대응을 한중 정상회담 공식 의제로 상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역사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공조하자며 압박할 경우 한국 정부가 큰 부담을 느끼며 오히려 양국이 멀어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 간 역사문제에 있어서의 공조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 대한 상호 간 이해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한중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선언문에 일본의 역사문제를 두고 어떤 수위의 표현을 쓰느냐를 두고 양측이 회담 직전까지 씨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에는 세계 금융질서 패권 다툼에서 우군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이끄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 격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한국의 참여 여부를 이달까지 답변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한중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지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시 주석의 방한에는 한국의 AIIB 참여를 독려하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고 봐야 한다.

AIIB는 중국이 창설을 주도하는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 지원 체계로 자본금이 애초 계획했던 5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약 102조원) 규모로 두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드레스덴 선언'에서 제안한 대북 인프라 지원 차원의 동북아개발은행 설립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측이 파고들 경우 정부 입장에선 중국측의 요청을 쉽게 거절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관계와 안보분야는 물론 양국 간 경제협력 부분에 이르기까지 시 주석이 이번 방한에 들고 올 요구사안들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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