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위해 감염자들에 시약 제공해야" 전문가 의견

최근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일(현지시간) 가나에서 회동한 서아프리카 11개국 보건부 관계자들은 대응책 마련을 위한 자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부바카르 포파나 시에라리온 보건차관은 치료약과 각종 보호장비, 의료진들의 임금을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을 비롯해 부통령 및 내각 장관들은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책 마련에 봉급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버니스 단 라이베리아 보건차관은 "우리로써 가장 큰 문제는 에볼라에 대한 부인(否認)과 두려움, 공포"라면서 "에볼라라는 질병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단 차관은 "주민들이 에볼라라는 질병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아 발병하더라도 숨기고 묻어버리기에 급급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서아프리카 에볼라 감염환자들에게 현재 개발중인 시약을 제공하고 그 효과를 지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영국 자선단체 '웰컴트러스트' 소장 겸 열대질병 전문가인 제레미 파라르 교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통제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파라르 교수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4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 중 단 한명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에볼라 치료를 위한 접근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자들에게 투여하기 앞서 동물실험, 임상실험과 같이 오랜 시간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반적인 치료약 개발 과정은 에볼라처럼 급속도로 번지는 질병 치료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파라르 교수는 개발 단계에 있는 치료약과 백신을 예로 들며 "왜 아직도 시약 제품을 환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내일 당장 죽을 확률이 60%라고 가정한다면, 건강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통과한 약이라도 복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 및 전염 예방이라는데에 동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감염자들에게 시약을 제공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아웃브레이크'를 통해 널리 알려진 에볼라바이러스는 구토, 설사, 외출혈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치사율이 90%에 이르며 전염성도 매우 강하지만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1976년 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발병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올초 기니를 시작으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월 이래 지금까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개 국가에서 에볼라로 인해 숨진 사망자는 전체 759명의 감염자 가운데 46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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