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심사 깐깐해진다” 작년 12월 주택담보대출 몰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본격적인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을 앞두고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82조4419억 원으로, 전월대비 4조957억 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 증가폭(2조6904억 원)보다도 1조4000억 원 가량 더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따라 4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한 해 4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28조1544억 원 증가했다. 4대 은행 중 주담대 잔액이 가장 크게 증가한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지난 한 해 11조9132억 원 늘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늘어난 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되기 전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수도권(서울·경기지역)은 올해 2월부터, 지방은 5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부터는 새집을 사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해야한다. 또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기 위해 원천징수영수증 등 증빙소득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에는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상승가능금리)’로 대출한도를 계산한다. 올해 스트레스 금리는 2.7%포인트이며,이 스트레스 금리를 감안해 계산안 DTI가 80%를 넘으면 대출 전액에 대해 비거치식 분할상환이 적용된다.

다시말해 이번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매달 일정 수준의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내야 하고,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대출 한도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기 전에 주택 매매를 서두르거나, 만기 연장 및 대출 증액을 신청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전문가들 역시 가이드라인 시행 전 주택을 구입하거나 대출을 갈아탈 것을 조언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장은 “기존 대출을 가지고 있는 경우, 만기 연장이나 증액을 위해 갈아타는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 분양 매물이 대거 쏟아지는 등 가을철(9~10월)에 몰린 이사 수요가 전입신고 등으로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각 은행의 주담대 잔액에 반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분양 매물이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 매매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이사철인 가을에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것이 전입신고 등으로 2~3개월의 시차를 거쳐 작년 12월 주담대 계수에 반영이 된 것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을 앞두고 주택 매매를 서두르거나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위한 고객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비거치식 분할상환에 부담을 느끼거나,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에 민감한 고객들이 은행을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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