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항시청 건물 정면에 걸린 ‘동해안발전본부 포항이전 확정 경축’ 대형현수막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는 지역기관 단체의 환영 현수막이 겨울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포항지역 모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는 벌써 자신의 선거구 내에 동해안발전본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고, 이모 현역의원도 자신이 이룩한 공적이라 홍보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포항유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고, 포항시장과 부시장 이하 많은 관계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칭찬이 마르지 않고 있다. 덧붙여 향후 더 많은 해양과 수산 관련 부서들이 동해안발전본부로 오기를 기대하며 포항이 신동해안시대의 해양문화를 비롯한 모든 해양산업의 중심도시로써 발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동해안발전본부 이전 확정에 따라 경주, 영덕, 울진 등 동남권 시군이 함께 노력해 ‘환동해시대’를 열어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고 나서 “신 도청시대 개막에 따른 경상북도의 균형발전과 동해안지역 주민들의 편익증진을 위해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심모원려(深謀遠慮)의 결정을 내려주신 김관용 지사님을 비롯한 도청 관계자에게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덧붙여 “본격적인 신해양시대를 맞아 경북의 지리·경제적 이점을 고려한 이번 동해안발전본부의 동남권 이전은 김관용 지사님께서 평소 강조하고 계시는 도민본위와 현장중심·미래지향적 행정에 그 기반을 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 동남권 지역민의 속마음은 대다수가 다소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현 시장의 재임 기간에 생긴 일은 아니지만, 도청을 북부지역에 양보한 것도 억울한데 4개과 62명이 옮겨올 동해안발전본부 이전 확정에 황송해 하면서 이 시장이 김관용 지사에게 보여준 지난친 감사표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남권 지역민의 자존감을 조금이라고 헤아렸어야 했다는 것. 경북도청이 본격적으로 이전을 하면서 동남권 지역민들은 물리적 불편함과 함께 정신적 소외감이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님은 알고 계신지, 당장에 대구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안동·예천지역까지 불편을 감수하며 민원을 해결하러 가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동남권 지역민이다.

또한, 포항시를 비롯한 동남권 지역은 철강경기 불황 및 경기악화로 최대의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민의 행정업무 불편마저 느끼게 한다면 도에 대한 지역민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100만 명의 동남권 지역민을 대표하는 포항시의 미래를 위해 더 큰 보답을 받으려는 깊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포항시를 비롯한 동남권 지역 단체장은 도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지역민들의 불편과 소외감을 먼저 생각하고, 함께 모여 제2청사 기능을 위한 기반을 닦도록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번에 유치한 ‘동해안발전본부’를 단순히 동남권 일부 지역민의 해양·수산과 관련된 행정업무만 해결하는 창구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경북도 동남권 지역의 시·군 상호협력과 공동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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