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스승 주객전도된 교육현실

올년말 정년퇴직할 김 모 교사는 “스승의 날이 마치 퇴화하고 남은 꼬리뼈 마냥 어정쩡하고 거추장스럽다”며 “희화화 되고 껍데기만 남은 이런 스승의 날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학생들은 과거 우리 때와 달리 담배도 화장실서 피운다며 그래서 화장실안에서 담배연기가 나도 모른척한다”고했다.
이는 “체벌이 금지돼 학생을 지도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끼고 학교는 안 가도 학원은 간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 소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은 더 이상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교사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은 이제 전혀 새롭지 않은 우리 사회의 한 풍조로 고착화됐다.
지난 3월 구미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생이 같은 반 친구와 화해를 하라는 담임 여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교사의 얼굴을 때려 전학 조치된 사건은 무너진 교권을 반영하는 무수한 사례 중 하나였다. 당시 여교사는 정신적 충격에 전치 2주의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이천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이 30대 남성 교사를 빗자루로 밀치고 욕설을 하는 것도 모자라 이 장면을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일도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사례는 총 488건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6년 건수(179건)의 2.7배에 달한다.
이런 현실 탓에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떨어졌다.
특히, 한국교총이 최근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서 교직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비율이 9.3%로 10년 전(4.3%)에 비해 높았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에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조사 대상의 절반 가량인 47.4%에 달했다.
교직 생활이 힘든 요인으로는 △학교폭력·문제학생 등 생활지도가 어렵다(23.9%)△학부모 갈등 또는 지역 사회의 무고한 민원이 있을 때(21.4%)△일부 부정적인 사례로 교직사회가 비난 받을 때(18.1%) 등이다.
이런사정으로 교사들은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아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 버릴것을 주장한다.
그래서 정부는 8월부터 시행되는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개정안 취지에 맞는 시행령 등 제도 보완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교원지위향상 특별법 개정안에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교사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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