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영낭자 칼럼

정숙영 (포항시공무원 칼럼니스트)

청아한 봄 날씨를 등에 업고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야 늘 가기 전까지가 더욱 들뜨고 설레었고 가서는 ‘아, 왜 내가 진작 여기에 오지 않았을까’라며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처럼 붕 하늘을 날아 다녔었고 다녀오는 길목에서는 가슴에 차곡차곡 추억의 편린들을 고이 접어 넣으면서 빙그레 입가에 미소 한가득 짓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유혹이다.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할 때에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후에 양동이를 빼버린 데서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이라는 말이 유래하여서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순환적인 좋은 경험들의 고혹적 매력에 빠져서 죽기 전에 자신이 꼭 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적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하나, 둘 자신의 꿈의 목록들이 성취되어 가는 것을 맛보는 쾌감은 그 어떤 만족감 보다 더 크다고 한다.

예전부터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봐야지 하면서 늘 상상을 해 왔었는데 아직도 목록조차 작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꿈의 목록을 진지하게 작성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떤 사람은 10개, 많게는 100개가 될 수도 있고 그 리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들을 담은 일들일 것이다.

버킷리스트는 메모하여 책상머리에 붙여 둔다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체크하고 날마다 새로이 각오를 다지고 철저한 준비와 실천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룰 수 있는 목록도 있겠지만 1년, 5년, 많게는 10년, 20년이 걸려야만 이루어지는 목록들도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 내 소개란에 보면 일신우일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는 어제 하늘나라로 간 어느 님께서 그토록 살고파 했던 내일이다, 10년 후 나의 모습은 로버트슐러 목사님처럼 저명한 부흥회 강사가 되는 것이라고 나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 또한 축약된 나의 버킷리스트일 것이다.

페이스북을 유영한 지도 수년이 지났으니 이미 상당한 시간을 꿈의 목록만 적어 놓고 한 번씩 자숙하는 것에 만족하며 현재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한 발을 내디뎌 큰 꿈의 목록과 사소한 작은 꿈의 목록까지 하나씩 기록을 해 보고자 한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외에는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이제 새로운 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하고 보니 이것 또한 왜 진즉에 시작하지 못 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작인 반이다’는 속담처럼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는 거다.

미적미적 머뭇머뭇 거리다 또 1, 2년이 후다닥 도망가 버리니 평소 하고 싶었던 일, 꼭 경험해 보고 싶었던 일들은 지금 당장 꿈의 목록을 작성하고 시작해 보자.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안 하고 상관없이 시간은 주저 없이 흐르겠지만 내 마음이 주저주저하는 만큼 짜릿한 성취의 쾌감은 뒷걸음쳐 가고 먼 훗날 후회만 가득할 것이다.

오늘같이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에 동동주 막걸리에 파전도 좋지만 시원한 얼음 동동 띄운 오미자차를 마시면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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