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미 소리마당국정국악원 원장



나는 어릴 적부터 마을행사나 보름날 풍물패의 꽹과리 소리에 방에 가만히 앉아있질 못했다.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 같이 흥분되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할아버지가 무서워 오래 쳐다보지도 못 하고 몰래 뒷담 밑에서 혼자 흔들거리는 어깨를 누르며 그저 멀리서 울리는 풍물소리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그지없다. 그때가 초등학교 저학년쯤 일 것이다. 어찌나 그 소리가 신이 났던지 아직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른다. 이것이 타악기가 주는 매력이다. 온 몸이 흔들리고 천지가 소용돌이치고 진동하는 기분이랄까!

- 꽹과리 -

꽹과리는 모양과 제도에 있어서는 징과 같지만 채는 징채와는 달리 헝겊을 감지 않고 친다. 이 때문에 징소리보다 맑고 높은 소리가 난다. '쇠'라고도 불리며 농악에서는 그 음색이 강하고 높은 것을 수꽹과리라 하여 상쇠(上釗)가 치고, 음색이 부드럽고 낮은 것을 부쇠(副釗)가 친다. 꽹과리를 가슴 중앙의 위치에 오도록 하고 조금 윗부분을 친다.

- 징 -

원래 징은 북과 함께 군대에서 쓰였는데, 북소리는 앞으로 나가라는 신호이고, 징소리는 후퇴하라는 신호였다. 불교 음악과 무악, 농악에서도 사용된다. 정, 금정, 금, 금라, 나 등의 여러 이름이 있으나 모두 같은 종류의 악기이다. 징을 칠 때는 징 채를 짧게 잡고 징의 한 가운데를 부드럽게 밀듯이 쳐야 소리가 되바라지지 않고 웅장한 소리를 낸다.

-장구-

장구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문종 때이고,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의 범종에 장구가 보인다. 오른손에 채를 들고 치고 왼손으로는 북편을 친다. 장구에는 정악장구, 풍물장구, 무속장구가 있다. 정악장구는 허리가 가늘어서 '세요고'라고 불린다. 북편은 두꺼운 가죽을 사용하여 소리가 무겁고 채편은 얇은 가죽을 써 맑고 높은 소리가 난다. 장구의 통은 사기, 기와, 나무 등을 쓰는데, 기와보다는 오동나무가 좋다. 풍물장구는 그 모양과 제도가 정악장구와 같지만 조금 작고, 통에는 아무런 색칠도 하지 않는다. 무속장구는 풍물장구와 모양과 제도가 같지만 지역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며, 무가반주에 쓰인다.

-북-

다양한 가락의 연주보다는 박을 힘 있게 짚어 가면서 그 기상을 힘찬 춤으로 펼쳐 나간다. 지방에 따라 북을 왼쪽 무릎에 올려놓고 치기도 하지만 발목 위에 얹어놓고 몸으로부터 약간 떨어지게 하는 것이 힘 있는 연주에 도움이 된다. 서서 연주할 때에는 북 끈을 왼쪽 어깨에 멘다. 북통은 왼쪽 허벅지 부근에 비스듬히 대고 왼손으로 북통 머리를 잡고 친다.

-편종-

쇠붙이로 만들어졌으며, 고려 예종 11년(1116)에 송나라로부터 수입되어 궁중 제례악에 사용되었으며, 현재 문묘제례악, 종묘제례악, 낙양춘보허자 등의 연주에 쓰이고 있다.

- 편경 -

ㄱ자 모양의 돌 16개를 두 단으로 된 나무틀에 매달아 놓고 치는 악기 이며 절대 불변의 음정을 가진 악기이다.

- 박 -

나무 여섯 조각을 한쪽에 구멍을 뚫은 후 한데 묶어서 만든 타악기이며, 연주보다는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데 사용된다. 궁중음악에서 시작할 때 한 번, 끝날 때 세 번 쳐서 시작과 끝을 알린다. 박을 잡은 사람은 서양 음악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 특경 -

아악의 팔음 악기 중 유율 타악기이다. 경 한 개를 틀에 매달아 놓은 특경에서 황종 음이 난다. 길이는 짧은 폭이 31.5cm, 긴 쪽이 47.7cm이고, 두께는 3cm이다. 제례악의 종지를 알리는 악지(樂止)에 사용했다.

- 특종-

아악의 팔음 악기 중 유율 타악기의 하나이다. 길이가 62cm, 밑 부분의 긴지름이 29.3cm인 종 1개를 틀에 매달아 놓은 것으로, 종은 편종의 종보다 2배나 크다. 음정은 편종의 황종 음에 맞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악기 정보,국립국악원)

그 외 에도 약, 소, 지, 금, 슬, 건고, 응고, 뇌고, 진고, 축, 어, 부, 삭고, 영고, 영도, 절고, 화, 생, 우 등 이렇게 많은 타악기가 있다. 국악을 전공한 나조차도 다 외우지 못할 정도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우리 음악을 귀히 여겼음을 악기의 종류만 봐도 가히 짐작이 되는 바이다.

여러 타악기 중 북소리는 사람의 심장박동소리와 닮아있다고 한다. 호흡점이 닮아서 숨을 같이 쉬면서 쳐야 되는 원리이다. 그리고 우리의 타악기는 자연에서 오는 소재로 대부분 만들어져서 거부감이 없고 자연친화적이며 원초적인 흥을 발산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포항시민 여러분 이번 여름에는 타악기를 두드리며 더위를 날려 보내세요.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