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정근은 올해 영화계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차치하고, 스크린에 내리꽂는 그만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한 연기 내공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때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때로는 깃털보다 가벼운 코믹 연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신정근은 영화 '대결'에서 취권이라는 조금 특별한 장르에 도전한다.

알려지대로 '취권'은 '응징자', '치외법권'을 연출한 신동엽 감독의 신작이다. '소셜포비아', '프로듀사'의 이주승이 주인공인 취업준비생 풍호로 출연한다. 그는 형의 복수를 위해 냉혹한 CEO 재희(오지호 분)와 맞붙고, 그 과정에서 비밀스러운 노인(신정근 분)을 만나게 된다.

극 중 신정근이 연기하는 황노인은 한때 잘나가던 액션스타였지만 지금은 술과 흥에 빠져 사는 인물이다. 남모를 사연을 품고 사는 그에게 형의 복수를 꿈꾸는 풍호(이주승 분)가 찾아오고, 결국 그는 취권을 전수해주기로 결심한다.


배우 신정근이 열연을 펼쳤다. © News1star/ '대결' 스틸

극이 진행되는 내내 맨정신인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알콜 성애자 황노인은 "오늘부터 삼시세끼, 물 대신 술이다!"를 외치며 풍호를 취권의 세계로 이끈다. 권법을 배우기 전에 술부터 마스터하라는 독특한 가르침에 웃음이 터진다. 이주승과 신정근이 주고 받는 코믹 합이 대단히 유쾌하게 다가온다.

신정근은 친근함을 극대화하면서도 은둔형 고수다운 카리스마를 놓지 않았다. 우스꽝스럽게 표현될 수 있는 취권 동작들도 완벽하게 구사하며 절제미를 자랑한다. "일부러 코믹을 연기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코믹 연기에 과함이 없다. 무리하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 덕에 보는 이들도 편안하다.

영화 '터널', '해적', '끝까지 간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흥행작들에서 제몫을 톡톡히 해낸 신정근은 이번 영화에서도 기대 이상의 캐릭터 소화력으로 스태프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21세기와 다소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취권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소화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오랜 기간 몸을 단련해왔던 점도 황노인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크나큰 장점이 됐다. 연극배우 출신인 그는 꾸준한 운동과 등산으로 체력을 관리해왔다. 심지어 대역보다 취권을 잘 소화해 액션팀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고 하니, 자기관리 능력을 높이 살 만하다. 이번 영화에서 신정근은 거의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액션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대결'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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