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무성·남경필 잇단 견제구…유승민, 원론적 환영

野 박지원 "처음 지지도 1등일 뿐"…대세론 일축

잠재적 대권주자로 여겨졌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순 국내에 귀국할 계획을 밝히며 '반기문 대망론'이 본격화되자 여야 정치권이 '반풍(潘風)' 확산 경계에 나섰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1년 3개월 남긴 상황에서 다수의 유력주자가 포진된 야권은 물론 유력 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여권 내부에선 반 총장의 대권 출마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대권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평가되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앞장서 '반풍' 견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퓨처라이프포럼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을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한 미 언론을 언급하며 "제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 언급을 말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치인들이 반 총장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모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의 명예를 높인 반 총장의 퇴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걸 자꾸 방해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을 인용함으로써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권 접촉면이 넓어지고 있는 반 총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9일엔 "(반 총장을 정치적으로 논하는) 주책들을 그만 떨어야 한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남 지사도 전날(2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반 총장이 10년간 대한민국의 구조적 변화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궁금하고, 우리 국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과 고민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 걱정된다"면서 "헌법정신은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우리 사회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한 사람만이 대통령의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년간 뉴욕에 거점을 뒀던 반 총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남 지사는 이어 "정치는 치열한 고민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반 총장의 전무한 국내 정치경험도 에둘러 지적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20일 "(반 총장이) 거품이 걷히면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검증이 안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평가절하 했다.

야권의 경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중진 박병석 의원 등 중진급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세론' 힘빼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앞서 방미 후 귀국길에서 "처음 지지도 1등을 한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몇 분이나 당선됐는가"라면서 "만약 대통령 후보로 검증받을 때 어떤 결과가 있을까 그것은 저도 의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실제로 대선 1년 전 지지도 1등을 달리던 주자가 결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제껏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다.

박병석 더민주 의원도 TBS라디오 방송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예비주자 중에서 반 총장만 유일하게 현실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혹독한 검증을 잘 돌파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같은 충청권으로서 "(충청도 민심은) 유엔 사무총장과 대통령의 역할은 다른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역할이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생각들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다만, 중립 성향 대권주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반 총장에 대해 원론적인 환영의사 만을 표하며 신중한 모습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그 분이 대선에 출마할지, 새누리당에 입당해 우리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지 등은 그 분이 결정할 문제"라며 "경륜이 있는 좋은 분들이 우리 당 대선 후보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새누리당에서 이정현 대표가 탄생한 뒤에 꾸준히 '반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연대' 얘기가 나온다"면서 "한국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의 문제"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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