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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장미는 찢어진 담장을 꿰매는 중민무늬 벽에는 꽃 단추도 여러 개 달아놓았다어떤 표정으로 걸어도 몸에 익숙한 골목낡은 사랑을 수선해 쓰는 우리는수시로 이곳에 와 울음과 웃음을 덧대곤 했다각이 풀린 주름의 계단에 앉아서로의 헐거워진 어깨에 기대 있으면가난도 또 다른 멋이 될 수 있었다빨랫줄에 걸린 달도 빛이 바래 있었지만거기서 번져오는 쿰쿰한 냄새 때문에끝단이 닳아버린 우리의 손목은 부끄럽지 않았다그 골목에 있으면 지울 수 없는 얼룩도세상에서 하나뿐인 무늬로 바뀌곤 했다‘낡은 사랑’이란 오랜 세월을 함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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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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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울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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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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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떠나보내고 난 뒤에야 앉은 자리에서 싹을 내민다. 모든 걸 놓아 버리고 난 뒤에야 슬그머니 손 내밀어 핀다. 잃은 것, 가질 것 없어 두 손 툴툴 털어 버리고 가는 뒷모습에서 현기증처럼 아른대며 피어나는 바닥이라는 꽃 한 송이 바닥을 치고서야 꽃으로 피는 그 눈물 꽃의 꽃말은 일어서야지 일어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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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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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제 'ESG 경영’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기에, 글로벌시장에서 ESG 정보 공시가 의무화 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선포하고 ESG 활동과 성과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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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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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연꽃에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빗물이 푸른 연잎에 고여 흰 구슬을 만들고 있다오 구슬 천 말 만 말 만들어 연못에 쏟아 붇느라 시골집 작은 연밭은 장마철만 되면 바쁘다오 7월 중순부터 연꽃이 피는 시기인데 올해는 한 달이나 빨리 6월 중순부터 봉오리를 열고 연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7월 중순인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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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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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희한한 성자(聖者) 친수성(親水性) 체질인 그는 성품이 워낙 미끄럽고 쾌활해 누구와도 군말 없이 친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온몸을 풀어 우리 죄를 사하듯 더러운 손을 씻어 주었다 밖에서 묻혀 오는 온갖 불순을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 주었다 그는 성직(聖職)도 잊고 거리로 나와 냄새 나는 주인을 성토하거나 얼룩진 과거를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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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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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들이 휴가를 맞아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 여행보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가 너무 올라 함부로 여행을 못한다. 나는 휴가를 내지 못해 동참하지 못했지만 대신 은행에서 환전을 하여 주었다. 동남아 물가를 감안하니 1달러 지폐가 가장 필요했다. 그러나 은행지점에 보유분이 없다며 50장 이상은 바꿔주지 않았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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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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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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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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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씀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이젠 겨우 밥술이나 좀 들게 되었다는 말씀, 그 겸허, 실은 쓸쓸한 安分, 그 밥, 우리나란 아직도 밥이다 밥을 먹는 게 살아가는 일의 모두, 조금 슬프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길 떠난 나를 위해 돌아오지 않는 나를 위해 언제나 한 그릇 나의 밥을 나의 밥그릇을 채워 놓고 계셨다 기다리셨다 저승에서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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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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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도내 고령인구 비율이 23.1%가 되는 초고령사회이다. 아이들의 미소가 더 귀한 이유 중의 하나다. 아이들의 꿈과 부모의 희망을 짓밟는 아동범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은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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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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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2017년부터 시행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 Zero Energy Building,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건물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합산하여 에너지 소비량이 최종적으로 영(Net Zero)이 되는 건축물) 인증제는 2020년 1,000㎡이상 공공건축물 5등급이상, 2023년 500㎡이상 공공건축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5등급 이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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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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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신라면을 비롯하여 여러 라면 값들이 내린다는 뉴스가 떴다. 비록 쥐꼬리만한 가격 인하지만 업계에서 정부의 권고로 물가안정을 위해 결정하였다고 한다. 한번도 비싸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라면 값은 서민의 심리적 마지노선 같다. 그러나 라면은 서민들만 먹는 음식은 결코 아니다. 개인적으로 라면에 얽힌 추억이 하나 있다. 작년에 강원도 태백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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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7.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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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독성녹조가 치명적으로 확산되고, 30년째 산업폐수 오염사고가 불가항력으로 반복되고 있다. 환경단체 검사에서 맹독성 마이크로시스틴이 농산물과 수돗물까지 검출되었고, 유해화학물질은 10번이나 속수무책으로 오염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낙동강의 총체적 위기는 분명히 임계점을 넘고 있다. 이제는 마지막 퍼즐을 찾아내야 한다. 지난해 38일이나 5등급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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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열 기자
2023.07.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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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면서, 어느 때 보다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 주는 상병수당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상병수당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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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6.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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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중소기업이 갖는 몇 가지 문제점이 고질적으로 발생해왔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핵심인력을 적시에 확보하지 못하며 확보한다하더라도 확보된 인력의 능력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의 괴리가 크다는 것 그리고 대기업과 달리 훈련체계가 미흡한 중소기업들은 이 괴리를 좁히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재직자의 직무능력향상 속도를 더디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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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6.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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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입은 시민! ‘100원의 기적’을 ‘희망특별시 포항’에서 민간영역에서도... 필자는 이번 달 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해병대 군 생활과 함께 경찰공무원으로서 39년 6개월간 제복 입은 공직자로서 건강하게 퇴임을 앞두고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중 지난 3월부터 경찰청에서 “순직경찰관 자녀 지원을 위한 ‘100원의 기적’ 모금 운동”에 필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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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6.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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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킬러’문항이라니 꽤나 자극적이다. 킬러는 전쟁을 지휘하여 승리로 이끄는 장군보다는 특정인을 죽이는 암살자나 어울리는 말이다. 소수의 사람을 골라서 죽이는 킬러처럼 특정인만 틀리게 하는 문제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런데 수능에서 킬러는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이 풀지 못하고 소수의 사람만 풀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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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6.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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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포항의료원 의사로 근무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은 후 돌아오는 길에 인근의 수도산 자락에 있는 학도의용군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6.25 동란 당시 우리 포항지역은 육군 3사단의 작전지역에 포함되어 있었다. 김석원 3사단장(준장)의 작전지역인 이곳 포항에는 포항여자중학교(현 포항여고)에서 아군과 적군이 뒤엉켜 싸우는 치열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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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6.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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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혜영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 사회복지사의 등급을 1급·2급으로 구분하고 1급 자격을 받으려는 사람에 대해서만 국가시험에 합격하도록 규정한 조항에 대해 2급 자격을 받으려는 사람도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이유는 기존 교과목 이수 여부를 기준으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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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6.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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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태양보다 더 뜨거웠던 의병장 김해의 ‘향병일기’와 류복기의 ‘임란창의록’을 되새겨본다. 1592년 4월 14일(양력 5월 23일) 임진왜란 20여 일 만에 초토화된 조선8도에서 경상좌도를 사수한 ‘안동열읍향병(安東列邑鄕兵)’은 만백성의 원군으로 조선관군과 연합하여 북상한지 1년 만에 퇴각하는 왜적들을 부산까지 추격하며 섬멸하였다. 경상도의 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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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일보
2023.06.20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