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에도 ‘로봇 심판’을 도입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1983년 국내에 프로축구가 출범한 이래 심판의 자질부족에 따른 판정 논란,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편파판정, 검은돈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심판매수, 승부조작 등 온갖 추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96년부터 전임심판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심판의 부당하고 부정한 판정으로 인해 축구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심판 자질 향상을 위해 2013년부터 체력테스트 횟수를 연 1회에서 3회로 늘리고, 교육을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심판 판정과 관련한 크고 작은 잡음이 숙지지 않고 있다.

축구연맹은 선수나 감독, 구단 등이 심판 판정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하도록 아예 입을 틀어막았다. 경기 후 감독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도 원천 금지다. 위반하면 징계를 내린다. 프로구단들은 축구연맹의 고압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보복(?)이 두려워 문제제기에 소극적이다.

올해부터 K리그에 전격 도입된 비디오판독(VAR)도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경기흐름이 끊어지는 것은 둘째 치고, VAR 판정이 특정구단에 유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선수나 구단이 VAR을 요청할 수 없고, 심지어 선수가 손짓으로 VAR을 의미하는 사각형을 그려도 징계감이다.

위태위태하던 VAR 문제가 터졌다. 지난 24일 대구FC와 전북현대의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에서 대구가 VAR 판정으로 두 골이 취소되자 대구 팬들이 폭발한 것이다. 대구 팬들은 두 골을 도둑맞았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FC의 민간 후원모임은 엔젤클럽은 27일 성명을 내고 법적 대응과 함께 프로연맹 항의 방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며 일전불사 태세다.

그동안 심판판정에 피해를 입어도 구단이나 팬들이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이상한 논리에 휘둘리며 미온적 대응에 그쳤다. 그러나 엔젤클럽 회원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뜻을 밝혀 큰 파장이 예상된다. 엔젤클럽은 법률 대리인단을 꾸려 순위결정보류 가처분, 경기결과 정정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프로연맹 관계자는 “VAR 시행 첫해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시즌이 끝나고 종합적인 검토와 토론을 거쳐 보완한 뒤 내년 시즌에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의례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무능하고 부정한 심판의 영구퇴출은 물론이고, 판정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사후 승점조정제 도입, 축구계 인사들을 배제하고 외부인이 참여하는 새로운 판정기구 신설 등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심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감정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인간 심판들 대신 로봇 심판을 세우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전통의 스포츠인 테니스가 9명의 선심을 로봇 심판(사실은 초고속 카메라)으로 대체키로 해 축구 로봇 심판도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는 오는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넥스트 젠 ATP 파이널에 선심 대신 호크아이(Hawk-Eye)가 모든 샷을 판정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지금도 테니스, 야구, 축구, 배구 등이 명칭은 다르지만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고 있지만 심판을 완전히 배제하고 로봇 심판만으로 판정하는 것은 이 대회가 처음이다.

로봇 심판이 전면 도입되면 테니스 심판 10명(주심 1명 포함) 중 9명이 일자리를 로봇에 빼앗기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인간 심판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영원히 일자리를 잃을 지도 모른다. 축구계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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