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힘든 기간을 수능과 시름하며 보낸 수험생들이 일주일 후면 한숨을 돌린다. 물론 논술과 면접 등을 곧바로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그동안 학업에 억눌렸던 강박감에서 벗어나 또래들 끼리 모여 자유를 만끽하며 해방감에 젖는다. 그러다 보니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성인들이 생각하기에 ‘그 나이에 누구나 한 번쯤 저지를 수 있는 미숙한 행동’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숙한 행동만을 강조하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과 교화로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행위가 성인들의 가치관과 행태를 그대로 복제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공자는‘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정명론을 주창했다.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기성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처지와 우리 교육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인성 교육’과 연관 지어 보자. ‘인성(人性)’이란 한 마디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탈이다.

연극에서 배우가 탈을 쓰고 맡은 바 극중 역할을 할 때 그는 본래의 자신과 무관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만 연극은 성공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인간 세상은 일종의 연극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무대에 등장하는 인간에게는 제각기 역할이 주어진다. 배우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을 바탕으로 자기 역할에 맞게 분장하고 대사를 읊조리고 상황에 맞는 행위를 해야 한다.

공자의 정명론은 바로 그런 점을 짚은 말이다. 만약 자기가 맡은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어진 배역에 어울리지 않게 스스로 연출한다면 그 연극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인성 교육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탈을 쓰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인성 교육이다. 인성에 해당하는 영어는 퍼스널리티(personality)다. 이 단어의 기원은 페르소나(persona)다. 이 페르소나는 사회적 가면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는 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한다.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이 가면 뒤에 숨어 있는 벌거벗은 인간은 얼마든지 사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고 그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벌거벗은 욕망이 그대로 표출될 때 인간 사회는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만다.

우리 사회는 이 가면 쓰기에 익숙한 것 같지 않다. 이런 가면을 써야만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신뢰가 두텁지 못하다. 가면 뒤에 숨은 자신의 욕심을 은연중에 만족시킴으로써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어설픈 연극배우가 너무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인성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욕망을 충족시킬 수단을 인간화시키는 것이 바로 인성 교육의 핵심이다. 수능이 끝난 후 일시적인 충동에 의해 학생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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