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5일까지 전체 지역구(253개) 중 127곳의 총선 후보를 확정했다. 일단 사천·밀실 공천 논란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하면 큰 파열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려했던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 공천 논란이 나오지 않고 있고 내부 잡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1차 경선 결과집계 전과정을 각 후보에게 공개한 것도 '시스템 공천' 측면에서 진일보한 조치다. 그러나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 힘든 이유도 있다.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고 있는지 장담하기 힘든 탓이다. 특히 지금까지 지역구 현역의원 가운데 컷오프(공천 배제)된 의원이 단 한명도 없는 데다 1차 경선 결과 지역구 현역 의원들이 100% 승률을 보인 것은 당초 공언했던 혁신 공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혁신위원회를 꾸려 과감한 인적 쇄신을 선언했다. 당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대표와 주류,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을 향해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직접 압박했다. 그러나 공천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현시점에서 보면 국민의힘이 애초부터 혁신 공천의 의지가 있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지금껏 지역구 현역의원 탈락자가 한명도 없는 가운데 정진석·이철규·윤한홍 등 친윤계에 속하는 중진과 초·재선 의원들이 속속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당초 불출마를 선언한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 지역구에는 장 의원 측근인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단수 공천돼 의미가 퇴색됐다. 국민의힘 공천에선 지역구 돌려막기 공천 양태도 나타나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여당이 안정적 공천 관리에만 신경 쓰면서 민주당 공천 파동의 반사이익만을 보려는 전략이라면 오판이 될 게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자당 공천을 두고 잡음은 없지만 쇄신도, 감동도 없는 3무(無) 공천이라는 세간의 비판론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공천은 잡음이 있고 없고가 핵심이 아니다. 얼마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국민에게 쇄신 의지와 신선한 감동을 보여주느냐가 생명이다. 물론 남은 지역구 공천과정에서 현역 의원 물갈이가 대폭 이뤄질 수도 있고, 유권자를 깜짝 놀라게 할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끝까지 보면 많은 쇄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켜보면 그 말이 맞는지 알게 될 것이지만, '공천=당선'으로 인식되는 영남지역 텃밭에서부터 갈등이 불가피하더라도 국민에게 확실한 변화와 쇄신의 분명한 의지를 각인시켜야 한다. 참신한 인재로 새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혹여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의 교훈을 잊는다면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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