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원 피부과전문의 의학박사 더퍼스트피부과 대표원장

 길에는 온통 위험투성이다. 아이들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킥보드를 타는 것부터,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것,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걷는 것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찰과상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평상시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도 막상 찰과상으로 피가 나고, 피부에 상처가 나는 상황이 닥치게 되면 우리는 어찌할 줄을 모르게 된다. 우선은 물에 넣어도 될지, 상처에는 파우더를 뿌려야 할지, 거즈로 덮어야할지 등 응급 처치에서부터 과연 그 상처가 흉이 질지, 그 흉은 영구적이지는 않을지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피부과 전문의로서 독자들께 찰과상 상처에 대한 적절한 대응법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찰과상은 피부와 점막이 심한 마찰로 인해 벗겨지거나 손상된 상태를 의미하고, 상처의 환경에 따라 오염 상처와 비 오염 상처로 나뉘게 된다.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처 곳곳에 흙이나 모래등과 같은 이물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특히 상피화가 일어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상처 세척이 필수적이다.

찰과상을 입었다면 고민하지 말고 가장 먼저 흐르는 물에 상처를 깨끗이 씻어내도록 하자. 생리식염수가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흐르는 수돗물에 씻어도 무방하다. 오염상처의 경우 상처 세척 이외에도 적절한 항생제의 투여 등이 필요하므로 병원 방문은 필수적이다.

상처를 깨끗이 씻어냈다면 그 다음은 적절한 드레싱 재료의 선택이다. 특별히 매우 오염된 상처로 열어 놓아야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외래에서 만나는 대부분 환자의 경우 습윤 드레싱이 적절하며, 다행히 이러한 드레싱제는 주변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피가 많이 나거나 진물이 많이 나는 경우 삼출물을 충분히 흡수해 줄 수 말랑한 스펀지 형태로 된 폼 드레싱제를 삼출물의 양에 따라 하루 2~3번까지도 바꿔주어야 하며, 상처의 점진적 회복에 따라 삼출물이 줄어들면서 스티커 형태로 된 하이드로콜로이드 드레싱제로 바꿔가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외래 진료를 보다보면 삼출물을 굳게 만들고자 상처 부위에 파우더를 뿌리거나 가피를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며 마른 거즈를 붙여서 상처를 말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각질세포의 이동을 막고, 회복을 위한 주변 세포의 움직임을 더디게 해 상처 회복을 지연시키고, 흉터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상황에서 흉터가 발생하는 것일까.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지방 순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진피는 표층에서부터 유두진피, 망상진피로 나뉜다. 찰과상의 경우 이미 손상을 받은 그 시점에 상처의 깊이가 정해졌겠지만, 일반적으로 손상범위가 유두진피층의 범위을 넘어서는 상처의 경우 색소침착, 상처 후 붉음 증 등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고, 망상진피층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영구적인 피부결의 변화 및 비후성 흉터 등을 남길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손상된 피부의 역할을 대신해줄 적절한 드레싱제를 선택해 상처 회복을 위한 주변 환경을 조성하고, 병원에서 상처회복 세포활성화를 위한 저출력레이저치료와 함께 초기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세균감염 등을 예방할수 있는 적절한 약물처방이 더해지는 등 초기에 적극적인 대처를 한다면 분명히 그 손상범위를 줄여 흉터 발생을 최소화 시킬수 있다.

비록 흉터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피부결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은 색소 침착이나 붉음증의 경우 약 3~4개월간의 집중적인 레이저 치료로 거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상처치료 초기단계에서 부터 피부과 전문의의 치료와 상담이 도움이 될수 있다.

요즘 힐링이 대세다. 사실 힐링이라 함은 ‘전체를 완전하게 하다’라는 어원에서 왔다고 한다. 단순히 지친 우리의 정신을 회복하는것도 힐링이지만, 진짜 상처의 완전한 회복도 진정한 힐링이다. 피부에 이미 생긴 상처는 어쩔수 없겠지만, 이번 기회에 찰과상에 대한 대응요령에 대해 숙지했으니 우리는 이미 상처의 ‘완전한’ 회복을 위한 진짜 ‘힐링’의 첫걸음이 준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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