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도 하루 진료·수술 중단 참여
정부,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에 무응답
환자단체, "사직 의사 명단 공개하라"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2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라 불리는 병원들이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 추진에 반대하며 휴진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만류하며 의대 증원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부와 의사들 사이 강경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이미 하루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겠다며 '셧다운'을 공식화했다.

서울성모병원 교수들도 휴진에 동참하기로 하는 다섯 곳의 병원 모두 일주일에 하루 진료와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진의 경우 오는 30일에 휴진을 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는 다음달 3일 진료과별 상황에 맞춰 일반환자 진료와 수술을 멈추기로 했고, 서울성모병원도 다음달 3일부터 매주 일요일 휴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의 경우는 각자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휴진하기로 했다.

'빅5'라 불리는 병원 교수들이 일제히 하루 휴진을 예고하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진료 조정 및 대체 진료를 제공 중이다.

이는 예정된 진료 일정에 같은 과목 다른 교수를 투입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에게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면서도 의사단체들이 요구하는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경해 온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부디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가 현장을 지키고,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올 때 정부와 국민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더 진중하게 경청하고, 더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열린 자세로 의료계가 제시하는 안에 대해 충분히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도 정부와 국민을 믿고 조속히 환자 곁으로, 학업의 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당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에 대해 그가 회장을 맡았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마포구 사무실과 충남 아산에 있는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했다.

임 당선인 측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고 매우 치졸한 행위"라며 "임기 시작을 며칠 앞둔 당선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은 분명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들 앞에서는 의료계와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고 하면서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유일한 의사 법정단체인 의협의 당선인을 압수수색했다. 절대 납득할 수 없는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주 1회 휴진'을 예고한 병원들이 늘어나고,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등 정부와 의료계가 좀처럼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환자단체는 정부에 사직 의대 교수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의정 대치 상황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성명에서 정부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한 것과 관련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환자들은 갈 곳이 없는데 특위는 현 상황과 거리가 먼 정책적 논의만 진행하려고 한다"며 "특위에서 의·정 대치 국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각 병원이 '셧다운'을 중단하도록 논의해야지, 돌아오지도 않는 전공의 수련 환경개선을 논의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라며 "일선 교수진 사직 명단을 공개해 환자들이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사태 봉합을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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