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정황상 구속사유 충분…대선 등 정치적 부담 변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11일 만에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4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8초짜리 메시지'를 남긴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 조사를 앞둔 박 전 대통령 측이 전날 “대국민 메시지를 준비 중”이라는 말에 비하면 파면 11일 만에 육성으로 밝힌 짧은 메시지를 ‘대국민 사과’로 받아들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특검과 검찰의 수사로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 전면 부인해 왔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최종변론 의견서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공익적 목적이었다"는 점과 "어떠한 불법적인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고 했고, KD코퍼레이션을 둘러싼 최순실씨의 비리행위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변했다.
파면 이후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에 돌아오면서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해 여전히 결백을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부인하는 진술을 일관할 경우 검찰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13개에 달한다. 더구나 최순실씨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공범 상당수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구속된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뇌물공여인 만큼 법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구속영장이 청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뇌물을 건넨 이는 구속됐는데, 뇌물을 받은 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대선이 5월9일로 확정되면서 박 전 대통령 구속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검찰로선 부담이다.
대선주자들도 구속 여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구속이냐 불구속이냐는 대선주자들이 언급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표 경선캠프의 수석대변인인 박광온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하면서도 구속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이철희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여론이나 정치적 유불리 차원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성남시장 측 김병욱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마저 우려되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