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18일 급락하며 코스피가 다시 4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에 대한 거품 우려가 재점화된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5.63포인트(3.32%) 내린 3953.62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40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7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장중 한때 3953.26까지 밀리는 등 낙폭은 3%를 넘었다. 오전 한때 4072선까지 오르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오후 들어 매도세가 거세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지수는 전일 대비 23.97포인트(2.66%) 떨어진 878.70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899선을 회복하는 듯했으나 이내 낙폭을 확대했다.

수급 측면에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651억원, 코스닥에서 1973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주도했다. 기관도 코스피에서 5812억원, 코스닥에서 1274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 코스피에서 8381억원, 코스닥에서 4021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하락했다. SK하이닉스(-5.45%), 한화에어로스페이스(-4.7%), LG에너지솔루션(-4.0%), 삼성전자우(-3.87%), 삼성전자(-2.78%) 등 기술·반도체주는 물론 두산에너빌리티(-3.55%), 현대차(-2.03%) 등 전통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에선 에코프로(-6.12%), 에코프로비엠(-5.12%), 삼천당제약(-5.16%), 레인보우로보틱스(-4.62%) 등이 낙폭을 키웠다.

국외 요인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줬다. 전날 뉴욕증시는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AI 관련주의 거품 논란이 재부각됐다. 나스닥100 선물도 이날 0.8%가량 하락 중이다.

여기에 필립 제퍼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이 금리 인하에 대해 “천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위험 회피 심리가 번지면서 비트코인은 9만 달러 아래로,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3% 넘게 하락했다.

환율도 다시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7.3원 상승한 1465.3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선 달러 강세와 글로벌 변동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AI 관련주 변동성과 금리·환율 이슈가 맞물려 증시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뉴욕발 불확실성이 아시아 전역으로 전이되고 있다”며 “19일 예정된 미국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와 연준 주요 인사의 발언이 단기 시장 향방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