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보수도 못해… 정부 정책 희생양, 보상해 달라”

“정부가 바뀌었다고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를 계기로 탈원전을 선언한 19일 이후 ‘천지원전’ 건설 예정지인 영덕군 영덕읍 석리 주민들은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신규 원전 백지화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도 곳곳에 걸려 있다.
석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원전 백지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모(여·78) 씨는 “평생 살면서 고향이 잘 살게 되나 했는데 모두가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 마을 토박이 김모(81) 할아버지는“"지난 6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집이 고장 나도 고칠 수가 있나. 이런 판에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우야자는 말인교 손해가 막심하지요" 라고 하소연했다.
20일 오전 영덕읍 석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원전 얘기를 꺼내자 마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원전이 건설되면 고향을 떠나야 해 6년 동안 무너지는 집수리도 하지 않고 불편한 거 참으며 살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주민은 "갑자기 원전건설을 중단한다고 하면 우리는 우야닝교? 우리는 손해가 막심하제" 라며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정책이 바뀔 수는 있지만 그동안 입은 피해를 모두 보상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1년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를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선정하고 2012년 새 원전 건설 예정지로 고시했다. 석리는 마을 전체가 원전 건설 터에 들어갔다. 초기부터 주민 사이에 갈등은 있었다.
마을 이장 김영찬(62) 씨는 "원전 건설 장기화로 주민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기거나 민심이 피폐해졌다"고 지적하고, "걱정하는 것은 아직 보상이 채 마무리되지 않아 보상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 사이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5년 전부터 정부는 원전이 들어설 땅을 팔지 못하게 했다. 건설하든 하지않든 정부가 빨리 결정해야 하고 만약 건설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따른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는 원전건설과 관련해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7월과 8월 사이에 매입공고를 거쳐 면적 기준으로 18%인 58만7천295㎡를 사들였다. 일부 펜션 땅은 영업권 때문에 신청을 받고도 보상을 끝내지 못했다. 천지원전 터는 324만6천657㎡다.
한편, 천지원전 지주 총연합회는 20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시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존권 사수집회를 했다.
집회에서 지주총연합회는 "천지원전 편입부지 지주들은 신규원전 건설 고시 이후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에 따른 사업 지연으로 재산권을 침해당했다. 2015년 보상 계획 공고 이후엔 영덕군수가 토지출입을 불허해 보상이 중단되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며 "지지부진한 원전정책으로 5년간 재산권 동결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신규원전 건설 중단 발표로 원전정책 최대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또 "한수원은 전원개발 촉진법에 근거해 즉각 우선 매수하고 원전 고시가 철회된다면 원전 편입 용지를 신재생에너지단지, 고준위 방폐장 등 다른 용도로 대체해달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