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옛사람 보지 못하고/ 뒤로는 미래의 사람 보지 못하니/ 하늘의 멀고 먼/ 자연을 생각하며/ 나 홀로 슬퍼서 눈물 지운다//

옛 시인의 이야기다. 세월은 모두를 잊게 한다. 세상을 떠난 사람 다시 볼 수 없고, 오는 시람 내가 볼 수 없으니, 세월의 흐름을 내 어찌 슬퍼하지 않으랴.

여름의 끝자락에 비가 왔다. 부슬부슬 내리는 초가을비다. 과일과 이삭을 여물게 하기 위해서 내리는 고마운 비다. 들녘은 황금색으로 변하고 능금은 붉게 익어 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을 쫓아 버리고 선선한 바람을 몰고 비가 왔으니, 자연의 위대함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귀를 열어야 말이 들린다. 눈을 떠야 사물이 보인다. 바르게 듣고 똑바로 보아야 옳게 볼 수 있다. 이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국민 여론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그것을 국민의 뜻이라고 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전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일 수도 있다.

촛불집회를 주관한 사람들 중에는 사회에서 지탄받고, 나라 전체를 혼란스럽게 하는 조직이나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층에서는 민노총은 경제를 망치고, 전교조는 교육을 망치고, 친북좌파는 공산화를 위한 반란을 일으키는 존재들로 보고 있다.

촛불민심 여론만 듣고 왼쪽 귀만을 열고 정책을 펼친다면 나라를 망치는 길이다. 야당의 한 대표는 지금의 정치는 선거캠프에서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 잘못된 판단으로 정치를 한다고 꼬집었다. 국가의 최고지도자는 국민의 소리를 두 쪽 귀로 듣고, 두 눈을 부릅뜨고, 바르게 듣고 똑바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잘못된 사람들의 여론을 듣고 정치를 한다면 나라를 망친다. 국가안보와 경제현안, 서민생활을 안정되게 펼치려면 좌편향 사람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보수 측의 의견도 받아들여 균형 잡힌 시각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유학의 경전인 서경에는 ‘하늘 보는 것이 우리 백성 보는 것으로부터 하며, 하늘 듣는 것이 우리 백성 들음으로부터 듣는다’고 했다.

국가안보, 경제는 물론이고, 임금인상, 복지혜택, 탈원전 같은 정책은 소수의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미 동맹, 미군철수, 대북관계는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보면서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집권 여당과 청와대가 그쪽이니까, 앞으로 국정은 왼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호가 대통령 임기 동안 무사히 항해하려면 정부는 양쪽 귀를 모두 열어놓고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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