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효법인세율 “한국 21.8%, 미국 18.3%”
재계 “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

국회가 아직 법인세율 조정 구간과 최고 법인세율 등에 합의치는 못했지만, 법인세 인상 자체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으로 최소 2조~3조원의 추가 세금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하고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15%p나 낮추는 감세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재계가 “우리만 반대로 법인세를 올리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3일 정·재계에 따르면, 여야는 결국 처리 기한인 지난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치 못하고 4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협상을 시도할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법인세 인상’으로 법인세율 인상 구간 등에 여야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법인세 조정안은 지난 8월 정부가 확정한 세법개정안과 같은 것으로, ‘과세 표준 2천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기존 최고 법인세율(22%)보다 3%p 높은 25%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법인세율은 ▲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 200억원 초과 22%인데, 여기에 ‘2천억원 초과 25%’구간을 하나 더 두는 것이 정부 여당안이다.

이에 비해 야당은 기존 200억원 초과 구간의 최고세율만 22%에서 23%로 1%p 올리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기획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과세표준 2천억원 이상에 최고세율 25%를 매길 경우, 2016년 신고 기준으로 129개사가 연 2조5천599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여기에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축소, 설비투자 세액 공제 축소 안의 영향(5천500억원 증세)까지 모두 고려할 경우, 정부와 여당안에 따른 대기업의 세 부담 증가분은 약 3조1천억원(2조5천599억+5천500억원)에 이른다.

야당안이 통과돼도 세 부담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에 따르면, 야당안대로 구간은 그대로 두고 최고세율만 23%로 올려도 1천100여 개 기업(과세 표준 200억원 초과)이 연 1조6천억원 정도 법인세를 더 내게 된다.

이 상태에서 R&D·설비투자 세액 공제 축소가 정부·여당안인 5천500억원이 추가되면 기업들의 총 세 부담 증가분은 연 2조1천억원(1조6천억+5천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한경연 관계자는 “세계적 법인세 인하 움직임 등을 고려해 법인세 인상안 자체가 재고되기를 기대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방식과 폭은 다르더라도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미국 상원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15%p 낮추는 안을 포함한 감세법안이 통과되면서, 재계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감세법안의 최고세율도 20% 수준인 만큼, 미국의 ‘법인세율 15%p 인하’가 거의 현실로 임박했다.

재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경연 등 재계는 지금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요 경쟁국 업체보다 법인세를 많이 내는데, 세 부담이 더 커지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 비교’ 연구(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 결과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미국 각 10대 기업(매출기준)의 현금 유효법인세율(실제 법인세 납부세액/회계상 세전 이익)을 비교한 결과, 한국이 21.8%로 미국(18.3%)을 웃돌았다.

한경연은 “한국 대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이 미국 대기업을 역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고려해 법인세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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