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한편 어떤 상황에서도 주한미군의 철수가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있다. 북한을 억지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며,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기지를 완공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워싱턴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얘기가 파다하다.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는 주한미군 철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때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거듭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북 간 비핵화 협상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면, 주한미군이 필요하지 않다는 트럼프의 믿음과 미 국민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주변의 이해 당사국인 북․중․러가 모두가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 정권은 주한미군이 없어야 근본적인 정권 안전이 확보되고, 대남 영향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철수가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은 북·중·러 3자 모두 주한미군 철수를 공동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는 북한 비핵화와 함께 진행될 평화 체제 논의에서 북한이 가장 먼저 주한미군 철수를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미국의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도 미군 철수를 원할 것으로 관측한다는 점이다. 한·미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속마음을 잘 숨기는 것 같다.”는 것이다.
여섯째는 트럼프는 11월 중간 선거,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전략으로도 좋은 소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다. 버락 오바마는 도저히 해낼 수 없었던 일이다. 그동안 고생한 우리 건아들을 크리스마스 전에 고국의 품에 안기도록 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의회와 국방부 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축소할 수 없도록 하는 새 국방수권법안이 미 하원 군사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은 대통령인 트럼프의 권한이기 때문에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미국은 우리 대한민국 안보를 포기하는 것일까. 전직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지상군은 빠지고, 공군과 연합훈련을 통해 한·미 동맹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은 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미국이 중국발 안보 위협은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트럼프·시진핑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의 이익이 아니라 미·중 자신들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정말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느냐는 점이다. 문 정부에 ‘양키 고 홈’을 외치던 운동권 출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 주장 자체를 무조건 잘못됐다고 비난만 할 수도 없다. ‘자주적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나. 그러나 주한미군의 존재는 단순한 자존심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문 정부는 이런 의구심에 명확히 그리고 솔직히 답해야 하고 튼튼한 국가안보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 대한민국에 위협을 주는 것은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침공만이 아니다. 각종 은밀한 공작을 되풀이하여 우리의 전략적 위상과 경제적 활력을 약화시키는 것도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은 우리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 성숙하고 내부적으로 단합되어 있다면 그 전략은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성숙하지도 단합되어 있지 않아 먹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는 지난 4월 27일 문재인-김정은 회담 결과로 산생된 ‘판문점 선언’ 이후 89%가 회담을 성공이라고 믿고, 78%가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성격이 포악한 김정은을 믿을 수 있다고 답한 결과에서도 찾을 수 있다.
목숨 바쳐 지켜온 우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각이 돌변하여 학살자요 독재자인 김정은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었으니, 어떻게 그의 과거 광적 행위를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필자의 판단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우려스러움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역사적 추세로 문재인 정부가 평화협정에 이어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로 기울었다면,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 또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더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을 축소한다거나 철수한다는 계획이 추진되면, 인권이 유린되는 전체주의와 학살을 두려워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 한국인들이 우리 자신을 지킬지 포기할지는 우리의 선택이지 미국의 의무가 아니다.
미국이 적과 싸우기를 싫어하거나 지켜줄 가치도 없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동맹은 두 나라의 공통된 이익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공통의 이익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 주둔이 우리 대한민국에 국익이 되느냐 해악이 되느냐를 판단해 깊이 생각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