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준석(68)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을 사망케 한 것은 살인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검찰의 구형량보다 훨씬 낮은 형이 선고됐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 등은 "이게 법이냐" "차라리 모두 풀어줘라" 등의 발언을 하며 실망감과 분노감을 표현했다. 검찰과 선원들 모두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1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세월호 이 선장 등 승무원 4명의 '승객살인'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 이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다른 살인 혐의 피고인인 기관장 박모(54)씨의 승객살인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으나 조리부 2명에 대한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2명의 살인 피고인인 1등항해사에는 징역 20년, 2등항해사에는 징역 15년을 내렸다. 사고 당시 당직이었던 3등항해사와 조타수에는 각각 징역 10년, 또 다른 1항사에게는 징역 7년, 나머지 선원 8명에는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을 제공, 전남 진도 사고 해상에 기름을 유출한 데 대한 책임으로 기소된 청해진해운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선장임에도 평소 복원력이 약한 세월호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사고원인 중 하나인 과적과 부실고박을 묵인한 책임이 있다. 사고 이후 승객들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과 선원들의 승객 살인 및 살인미수, 수난구호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유기치사상과 업무상과실선박매몰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는 배경으로 ▲선원들이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진도VTS)와 교신하며 승객들의 상황을 알리고 구조정이 10분 후 도착한다는 사실을 고지한 점 ▲선원들이 해경 헬기와 구조정을 보고 구조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점 ▲이 선장이 퇴선방송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는 검찰의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꼽았다.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같은 결과를 용인해야 한다"며 "(해경과 주고받은) VHF 교신내용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이 승객 사망 결과를 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관장 박씨의 승객살인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으나 부상 후 도움을 받지 못해 사망한 조리부원 2명에 대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3층 기관부 선원실 복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중 조리부 2명이 떨어져 다친 것을 알고도 제대로 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배를 빠져나와서도 해경에 알리지 않는 등 사망의 결과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난구호법이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선장과 선원들은 원인 제공 선박이 아닌 조난 선박 자체의 선장과 선원들인 점에서 수난구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선장과 당직 항해사, 조타수의 특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이 법의 취지와 의미를 고려하면 (타 선박) 조난사고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과 선원을 처벌하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일 뿐 스스로 조난 당한 선장과 선원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의 선고 직후 방청석의 유족들은 한동안 넋이 나간 표정을 하다가 "이게 법이냐" "판사님, 이건 아니잖아요" 등의 발언을 하며 항의했다. 광주지법 정문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검찰은 이 선장 등의 승객살인 등 주요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위해, 선원들은 조금이라고 감형을 받기 위해 쌍방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은 광주고법에서 진행된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