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북악산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대한민국 제1의 도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상 초유의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무엇이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피곤함은 컸다. 박 시장은 공관에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유언장을 남겼다. 박 시장은 이틀 전인 8일 그의 전 여비서 A씨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A씨는 2017년부터 박 시장의 비서로 일하면서 수시로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박 시장이 휴대폰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에게 보낸 개인적 사진과 대화 내용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잇단 성추문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이 여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권변호사로서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공동 변론을 맡았던 박 시장의 이번 사건은 더욱 충격을 준다. 그의 죽음은 안타깝고 애도할 일이지만 살아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는 게 바람직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경찰은 박 시장의 사망 경위에 대해 기본적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공소권 없음’ 상태로 검찰에 송치해 종결 처리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가족장 대신 장례 기간 5일의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기로 한 결정이 논란이다. 재직 시 사망에 따른 마땅한 예우라고는 하나 공무 중 사망이 아니라 개인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당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외에 서울시 청사 앞에 별도 분향소까지 마련해 시민들의 대규모 조문까지 받는 것도 비판이 따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우려로 모든 교회의 구역 예배 등 일체의 소모임이나 식사가 금지된 마당에 서울시가 대규모 조문객을 받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형식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이틀 만에 50만명을 넘겼다. 박 시장의 장례절차가 끝난 후 ‘성추문’ 진실을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바램이 국민청원에 담겨있는 것이다. 피해자는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고인의 공과를 폄훼하거나 가벼이 해서는 안되겠지만 애도와 진실 파악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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