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감염병과 관련하여 내년말 쯤에 종식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코로나 사태로 무너진 의료 시스템과 취약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이 더 사망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언이 이어진다.

그는 의사나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기부활동을 통해 누구보다 코로나 사태 극복에 기여를 하고 있다. 그가 만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수억 달러를 기부했다. 당연히 그의 말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그는 단순히 감으로 이런 엄청난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름대로 전문가의 지원을 받은 정밀한 계산이 뒷받침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이 지긋지긋한 상태가 내년 말까지 간다면 너무 끔찍하고 참담하다. 그보다는 수백만명이 사망한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전쟁으로 치면 세계대전에서나 나올만한 숫자다.

빌게이츠가 누구인가. 도스와 윈도우즈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컴퓨터 운영체제를 이끌었고 한때 세계 제일의 부자였다. 기부를 하지 않았으면 아직도 그 위치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그는 단순히 돈만 많이 버는 사업가는 아니었다. 사기를 치거나 노사문제로 물의를 일으키지도 않았다. 반독점으로 문제가 된 적은 있지만 우리의 정서로는 충분히 이해할 상황이다. 그는 열정으로 일을 했으며 유명한 말도 많이 남겼다. 사생활도 비교적 깨끗하였고 재산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것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도 실천했다.

그는 예언가는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를 지닌 것 같다. 그의 사업적인 성공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세상이 컴퓨터에 대해 제대로 알기 전부터 정보화 시대에 대한 비전을 키워 나갔다고 한다. 근시안적인 시야로는 불가능하다. 그가 한 예언 중에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분야가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로 밝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더라도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욕하지는 않을 것이다. 축구에서 중요한 대회에서 예측이 항상 빗나가 ‘펠레의 저주’라는 말을 만든 펠레는 예언이 빗나감에도 불구하고 축구황제로서의 위치는 유지하고 있다.

확인해 보니 그의 미래에 대한 예언은 정확한 편이지만 잘못된 예언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9년 조만간 종이 없는 사무실이 생긴다고 했지만 아직 사무실에서 종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수많은 예측을 만난다. 믿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 황당한 이야기를 들으면 반신반의한다. 그런 예언을 말하는 예언가 자체를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예측에 대한 불신이 과도한 경우도 있다. 일기예보가 하나의 사례가 된다. 사람들은 혜택을 많이 받으면서도 어쩌다 나오는 오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정상적인 예보가 훨씬 많음에도 기상청에 오보청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사실 이번에 태풍이 온다는 예보는 오보였으면 좋겠다.

사람에게는 듣고 싶은 이야기만 믿고 싶은 내용만 믿는 ‘확증편향’이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바와 비슷한 예언만 믿는 경향이 있었다. 그동안 코로나 재확산설이 꾸준히 있었지만 믿지 않았다. 하지만 사태의 진실은 나의 희망과는 별개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즘 재유행이 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성공을 거둔 K방역이 무색해진다. 빌게이츠의 예언이 적중할까 두렵다.

빌게이츠의 계속 이어지는 말은 마음에 든다. 그는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피해가 빈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부유한 국가들이 코로나 백신을 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백신 기부는 이타적인 목적으로만 이뤄질 것이 아니고 부국에서 백신으로 코로나 사태를 끝냈다고 하더라도 백신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 가난한 나라에서 계속해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다면 언제고 다시 전 세계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빌게이츠니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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