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관심은 시들해졌지만 아직은 꺼지지 않는 불꽃

포항에 갈 때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보는 곳이 있다. 남구 대잠동 성모병원 앞의 불의정원이다. 여기에서 타고 있는 가스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고 계속 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따로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다. 대잠사거리가 고속도로 진입로와 연결되어 있어 포항에 올 때나 떠날 때 조금만 시간을 내면 된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불이 타고 있는지 여부만 확인한다. 코로나19로 유행하는 드라이브 스루인 셈이다. 며칠 전에도 확인을 했는데 아직 잘 타고 있었다. 내가 시장이라면 이 불꽃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일까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가스 불꽃은 포항 철길 숲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붙은 것이다. 불의정원 안내판에 의하면 2017년 3월에 정원의 화장실용 지하수를 얻기 위해 관정을 굴착하다가 지하 200m 지점에서 나온 천연가스가 기계의 마찰열로 불이 붙었다. 처음에는 금방 꺼질 것으로 보고 기다렸으나 불길이 오랜 기간 지속되자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불의정원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불이 계속 타는 이유는 가스가 계속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4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타고 있는데 그동안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심지어 태풍이 지나가도 꺼지지 않았다. 최대 10년 동안 더 탈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처음 몇 개월간은 지하에서 나오는 가스에 불이 붙었다는 신기함과 언제까지 타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서 사람들이 많이 보러왔고 취재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불꽃이 몇 년간 지속되면서 언론의 관심이 시들해졌다. 요즘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지 보도가 없다. 아마도 가스가 다 소진되어 불이 꺼지거나 해야만 보도가 될 것 같다.

천연가스 가스정 발견 자체부터 처음이기도 하다. 경제성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했던 지하자원이 발견되었으니 산유국으로 진입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것이다.

포항지역은 지질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이한 지역이긴 하다. 가장 최근에 형성된 퇴적층 지반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천연가스 발견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현상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불의 정원이 있는 포항 철길 숲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그러나 이런 의미 있는 곳을 그냥 휴식공간으로만 두기는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관광단지로 만들기에는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호기심 차원에서 잠깐의 볼거리는 될 수 있지만 오랫동안 계속하여 볼만한 컨텐츠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관광지와 연계도 쉽지 않아 추가로 볼거리도 많지 않고 주변에 주차장 같은 편의시설도 없다.

불꽃의 규모부터 관광객을 크게 끌어들일만한 크기가 아니다. 일부러 만든 시설이 아니다 보니 관광객을 압도할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면 불꽃의 크기가 좀 더 웅장하게 하거나 구멍을 몇 개 더 뚫어 불꽃을 여러 개로 만든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불이 언제까지 계속 탈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할 수 없다.

게다가 불을 더 크게 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치를 하다가 지진 같은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국에 이런 곳이 많이 있거나 아니면 많은 사람이 보러 온다면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지고 큰 돈을 투자하여 개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 도시인 포항이 아니라 사람이 많이 사는 수도권에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연구해 볼만하다. 가스가 무한대는 아니므로 불꽃을 크게 하거나 몇 군데 더 뚫는다면 가스가 빨리 소진되어 꺼지는 시간이 당겨질 것이다. 천문학에서 핵융합으로 빛을 내는 항성들이 별의 크기나 밝기와 별의 수명 간의 상관관계가 나오는데 비슷한 원리다.

최근 코로나19로 세계 관광사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가 극복된 후에 이런 작은 아이템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늘어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다만 그 후에도 불꽃이 계속 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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