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현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 역시 환동해경제벨트·환황해경제벨트·접경지역평화벨트로 구성된 'H'자형 벨트 조성을 통해 한반도 경제통합을 대비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몽골의 '초원의 길' 등과 마주하면서 한편으로는 유라시아 신흥경제권과도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갖춰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경북도는 북방경제 협력거점 사업 추진을 위해 환동해경제벨트 교통인프라 구축, 영일항만 북방물류거점항만 조성, 환동해권 지방정부 교류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지자체로서 우선 생각해야 할 점은, 환동해경제권 활성화가 지자체로서 추진해야 할 중요한 이슈냐는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환동해경제권의 중요성을 부르짖었는데, 이에 시민들의 빈정댐도 존재하는 상황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환동해경제권 활성화가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당연히 국가적으로도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수 많은 주장들이 있어 왔다. 하지만 냉온탕을 오가는 국제관계, 각국 정부와 대다수 시민들의 관심부족 등으로 인해 정치적 선언으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지자체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보는데, 자체적인 재정 및 행정역량 부족도 그 원인이라고 보아진다. 환동해경제권은 나라별로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을 포함하고 있고, 도시들도 포항, 울산, 동해, 속초, 블라디보스톡, 훈춘, 니카타, 청진, 나진·선봉 등 다양하게 열거될 수 있다. 이들 대다수가 각 나라의 상대적 낙후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환동해경제권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교류와 협력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이 아쉬운 부분이다.
박근혜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미국 등 태평양을 중심으로 해양무역확대와 중국·러시아 및 유라시아대륙과 협력증진이 목적이었다. 이는 한반도와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경제자유화시스템’ 구축이고, 부산에서 출발하여 북한을 통과하고 중국·러시아를 걸쳐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복합물류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환동해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전략이 미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 정부의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은 대북정책 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이루기 위해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 및 경제협력’이며, 이도 큰 진전은 없다고 보아진다.
현재 포항시를 포함한 경북도의 과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동해안 지자체간의 경쟁문제라고 본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남북관계·북미관계가 냉온탕을 반복함에 따라 북방사업추진에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자체간의 경쟁면에서, 경북도가 환동해권 관광·물류거점 확보 차원에서나 항로개설에 있어서 부산·강원도와 경쟁을 벌이는데, 후발주자로서 핸디캡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작년 초까지 속초에서 1.3만톤급 ‘동춘호’ 페리가 1주일에 두차례 자루비노(훈춘)를 거쳐 블라디보스톡을 왕래했었다. 그후 코로나팬데믹으로 한동안 중지되었다가 올 3월 초부터 ‘이스턴드림호’ 페리가 마이주르-동해-블라디보스톡을 운항한다. 영일만항의 경우 두원상선의 1.2만톤급 페리가 작년 후반에 마이주르-포항-블라디보스톡 노선을 1주일에 두차례씩 운항했으나, 2021년 초 철수해서 안타까운데, 하루빨리 재개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사태로 중지되었지만 경북도로서는 영일만항과 연계한 관광상품개발, 동북아연계 관광루트개발 등 관광경유지로서의 기능강화도 추진해야 한다. ‘동북아 CEO경제협력 포럼’처럼 해양네트워크 내지 문화관광포럼을 개최함도 중요하다. 한편 경북도는 영일만항을 연결하는 크루즈/페리노선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LNG 및 갈탄, 혹은 수소산업 등 자원 및 에너지개발, 소재부품기업 연계, R&D협력 등을 통해 가치사슬연계 내지 기술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포항의 경우, ‘환동해권 비즈니스 허브전략’ 구축을 통해 기업의 농수산물, 공산품, 중고자동차 등의 수출입 등을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추진은 지자체 차원의 기회제공 및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이들이 러시아 극동지역은 한국기업들에게 기회와 도전의 땅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아직까지 큰 결실은 맺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극동개발공사가 각종 세제혜택을 제시하는 등 외국인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해운물류, 관광, 인프라건설, 수산물가공 등의 영역에 진출하려는 국내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는데, 한·러 간 보이지 않는 불신의 장벽이 아직도 높다는 게 기업인들의 의견이다.
지금까지 동해안의 지자체들이 환동해권에서의 교류협력에 관심이 컸고 환동해경제권 활성화를 크게 홍보하기도 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음이 그러한 이유들로 인해서일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큰틀을 만들어주지 못했지만 광역 및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도 기업지원을 포함해 제대로된 추진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분명 지난 세월과 다르게 환동해경제권은 국지적 경제블럭으로서의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각 도시들간의 다방면에 걸친 융복합네트워크가 크게 작동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이를 통해 국가외 지역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아진다. 따라서 우리는 국제적 정치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경북도와 도의회는 물론이고 포항시를 중심으로한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역 기업들과 협력하에 좀 더 실용성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좀 더 큰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