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징어가 밀려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수온이 낮은 냉수대가 형성되면서 적응하지 못한 어린 오징어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추측하는 전문가도 있고 천적에 쫓기다가 해안으로 밀려왔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지진의 전조일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이상 진행된 이야기는 없다. 사람들의 관심도 바로 사라지게 될 것 같다. 포항에서 오징어는 별로 유명하지 않는 특산물이다. 과메기나 물회 등은 유명하고 대게도 나름 지명도가 있지만 오징어를 특산물로 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울릉도에서 유명하다. 중국어선의 싹쓸이로 어족자원 고갈이 염려되지만 울릉도는 오징어의 집산지다.
오징어는 성체라야 식용으로 쓰인다. 작은 오징어는 젓갈을 담글 때 쓰기는 하지만 인기는 없는 것 같다. 자원보호를 위해 어린오징어는 잡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속담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 밀려온 작은 오징어를 꼴뚜기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오징어가 죽어서 밀려온 일은 사소한 현상이다. 고래에게 잡혀먹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대왕오징어 쯤 되면 모를까. 평범한 종류의 새끼오징어의 사체는 별로 관심을 끌만한 일은 아니다.
작은 해양성 생물의 사체가 파도에 해변으로 밀려오는 일은 흔히 있다. 그냥 내버려 두면 갈매기들이 먹어서 금방 사라져 버린다. 군 복무할 때 해안에서 문어와 비슷하지만 훨씬 작은 동물인 쭈꾸미 사체를 본 적이 있는데 몇 마리가 버려져 있어도 표시가 나지 않았다. 어민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이번의 어린 오징어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에서 발견되었기에 기사에 난 것이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평범한 바닷가였다면 뉴스에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도 포항에 대한 전국적인 뉴스가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고향인 포항의 소식이 반갑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일이라도 고향소식은 반갑다.
그러나 계속 전국 언론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보다 훨씬 의미 있는 사건도 전국 뉴스에는 잘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 가을에 울릉도에 뱀이 나타났다고 뉴스에 크게 났지만 금방 잊혀 버렸다.
포항에선 유명한 불의 정원도 처음 발견되었을 때와는 달리 뉴스가 안 되는지 요즘은 뉴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연말연시에 불이 꺼졌을 때 몇 번 나오다가 다시 뉴스에서 사라졌다. 이어지는 이야기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세대에는 후속되는 내용이 없으면 금방 잊혀진다. 아마도 뉴스거리로서 수명을 다한 듯하다.
뉴스에 계속 나올려면 다른 내용도 있어야 한다. 이야기 거리를 얼마나 많이 발굴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포장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흥미를 갖게 되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이럴 때 스토리텔링으로 후속이야기를 잘 엮는다면 뉴스에 계속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불미스러운 일이 아니라면 시끄러울수록 좋다. 단순히 이름만 오르내리는 것만 해도 홍보에서는 중요한 것이다. 안보면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언론에 노출되어야만 사람들이 기억하게 된다.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뉴스에 나와야 하는 것 같다.
기업들은 언론 노출을 위해 거금을 들여서 스포츠 행사에서 스폰서가 되고 있다. 심지어 노이즈 마케팅까지 한다. 인지도 향상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혼으로 구설수에 오른 빌게이츠는 직전까지도 코로나19의 방역이나 백신개발과 관련된 뉴스에 자주 나와서 이미지 관리를 잘 한 경우였다.
이번에 발견된 오징어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통해 후속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뉴스거리가 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50만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주소이전 운동을 펼치는 포항시로서는 언론 노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