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덕 포항시장 패싱‘논란’
지역현안 등 소개하려했으나
尹-李 만남…결국 성사 안돼
김정재 측 “地選 출마자 배제
요청…공정성 위해 내린 결정”
李 지사 참석으로 불공정 지적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포항 방문과 관련해 이강덕 포항시장 패싱(passing)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포항 일정으로 가장 먼저 영일만대교 건설현장를 찾아 경북 동해안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영일만대교는 남구 동해면에서 북구 흥해읍을 잇는 총길이 18㎞ 해상교량(동해고속도로 포항∼영덕 구간 포함) 총사업비는 1조6189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8년 ‘광역경제권발전 30대 선도프로젝트’에 선정됐으나 2013년 국토부와 기재부와의 총사업비 변경 협의 과정에서 국가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보류돼 10년 넘게 미뤄진 사업이다.
이렇다 보니 김정재 국회의원과 이강덕 시장등 지역 정치권은 너도나도 영일만대교 건설을 공약에 포함시키며 열을 올렸다.
당사자인 이강덕 시장은 마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1일 포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한 껏 들떠 있었다고 한다. 영일만대교 건설은 대선 당시 윤 당선인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오기로 한 당일, 이 시장은 시청 브리핑룸을 찾아 “정부에서 영일만대교 건설을 위해 앞장서 준다면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포항시도 사업이 곧바로 시행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역 국회의원, 경북도, 시민들의 모든 힘을 모아 빠른 시일 내에 착공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곧 포항시 책임자로서 윤 당선인에게 대교건설 당위성과 실행 요청등 기필코 이뤄내겠다는 이 시장의 의지로 보였다.
그러나 이 시장의 외침은 윤 당선인 귀에 전달되지 못했다. 이 시장 뿐만 아니라 시 관계자 어느 누구도 윤 당선인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일만대교 브리핑 현장에는 이철우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황명석 경북도 기획조정실장 등이 동석해 짧은 시간을 가졌을 뿐이다. 이후 윤 당선인은 일정에 따라 죽도시장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윤 당선인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지역자생단체장 및 위원들 100여 명은 이같은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 있었던 박맹호 환호동 개발자문위원장은 “포항시의 숙원 사업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며 당선인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환영 피켓을 들고 기다렸다. 당연히 포항현안을 잘 알고 있는 이강덕 시장이 브리핑할 것을 예상했다”며 “하지만 김정재 의원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 경호원들이 막았다고 들었다. 시장이 윤 당선인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황당해 했다.
이어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을 무시하는 것은 곧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우리는 시장이 윤 당선인에게 설명하는 것을 보려고 현장에 간 것이지, 지역 국회의원을 보러 간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정재 의원은 민심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정재 의원 측은 “당선인 측에서 도당에 선거 출마자들은 공식적인 행사에 배제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지역에도 선거출마자들은 브리핑에서 제외시켰다.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며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인과 사진을 찍거나 친분을 과시하면 아무래도 선거에 영향이 가지 않겠느냐. 공정성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의 해명과 달리, 영일만대교 브리핑 현장에는 송경창 국민의힘 경산시장 예비후보가 이철우 지사와 함께 동석한 것으로 알려져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철우 지사도 오는 6.1 지방선거 경북도지사 재선 도전에 나서는 예비 출마자다.
이와관련, 지역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포항시장을 배제하려는 술책이었다면 51만 시민들로부터 반드시 지탄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