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욱 국회의원

   
▲ 김병욱 의원이 국회에서 대정부 질의를 하고 있다.

  포스코 비롯한 지역 기업과 단체
현재 지방 정치에 과도하게 참여
정치인·토착 기업간 유착‘심각’
‘얼마 주겠다’공천 헌금도 자행
금권정치·구태정치‘단절’선언
“각자 자리에서 투명하게 일하자”

요동치는 포항 지역 정치판 한가운데 김병욱 국회의원(포항 남구·울릉)이 서 있다. 김 의원이 "지역의 ‘금권정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김 의원은 또한 "지방자치제가 재도입된 이래 포스코 출신 인사, 포스코 협력 업체 소유자들이 과도하게 지방 정치에 참여해온 게 사실"이라며 포스코의 정치 개입 차단을 선언했다.

6.1 지방선거에서 누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느냐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포스코 마케팅'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우는 예비후보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김 의원은 아울러 포스코가 약속한 대로 그룹 본사 포스코홀딩스가 내년 초까지 포항으로 내려와야 하며, 입지는 송도해수욕장 인근이 돼야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병욱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폭탄 선언'에 견줄만하다. 이는 국민의힘이 정권을 쟁취해 출범을 앞둔 가운데 여권의 핵심 당직까지 맡게 된 김 의원의 정치적 책임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그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얼마를 제공할 수 있다"며 "공천 헌금 제안을 하는 사람도 봤다"라고 현실 지방정치에 대해 개탄했다.

김 의원은 최근 포스코 홀딩스 사태를 겪으면서 포항철강공단 주변 지역이 얼마나 방치되고 소외됐는지 눈과 귀로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김병욱 국회의원이 6.1지방선거에 어떤 후보를 공천하기를 원하고, 선거 이후 어떤 포항을 꿈꾸는지 들어봤다.

-최근 국민의힘 원내부대표가 됐다고 들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원내대표가 당무와 원내 업무를 각각 책임지는 이원 체제로 운영된다. 원내부대표는 원내 총괄사령탑인 원내대표를 보좌해 원내 현안 사항 조율, 상임위 활동, 지역별 현안 파악 및 교류 등의 임무를 맡는다. 원내부대표로서 지역 현안과 시민들의 목소리도 당에 충분히 전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거가 코앞이다. 공천과정은 어떻게 되나.

△지난 16일 기초의원 공천신청자를 대상으로 포항시남구울릉군 당원협의회(이하 당협) 면접을 실시했다. 17일 기초·광역의원 후보자들이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PPAT)을 시행했다.

기초의원 공천신청자 면접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지방 의회에서 주민을 위해 봉사할 인재풀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직장 근로자, 전업 주부 등은 생계와 가정을 영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방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선출직 희망자들은 자영업, 상공인 아니면 자산가들이고 연령도 다소 높은 편이다.

이런 지방 정치 자원 충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원에 대한 인적 지원과 물적 처우가 대폭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연령, 계층, 직업군이 지방 정치에 참여하도록 문호를 넓혀야 한다.

국민의힘은 우리 정당사 최초로 공직 신청자를 대상으로 자격 평가 시험 PPAT를 치렀다. 지방 의원으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소양을 당이 책임지고 검증하겠다는 것으로 정당 공천 개혁의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SNS를 통해 깨끗한 정치, 이해충돌방지, 인재영업(청년·여성·공직경험), 당기여도, 공적업무 역량 등 기준을 제시했다. 어떤 내용인지.

△줄곧 서울 여의도에 있다가 포항에 내려와 정치를 하니 가장 크게 느낀 점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직도 돈 정치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지역의 정치인과 토착 기업, 단체 등의 유착이 짙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얼마를 제공할 수 있다며 공천 헌금 제안을 하는 사람도 보았다. 이런 일이 지금까지 우리 지역의 정치가 얼마나 부패했고 퇴행적인가를 보여주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인가?

여의도 정치권은 2002년 대선 이후 드러난 소위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을 개정해 ‘돈 먹는 하마’라고 지적된 지구당을 폐지했다. 또 국회의원의 후원금을 투명하게 모금하고 감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김영란법까지 제정, 중앙 정치권은 ‘돈 정치’에서 상당 부분 해방됐다.

하지만 지방 정치권은 상대적으로 구태 정치가 오래 존속된 것 같다. 그래서 지난 총선 당시 이런 지역의 낡은 정치를 꼭 바꾸겠다는 신념으로 SNS에 ‘썩은 땅’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제가 40대에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정치를 선보일 의무와 사명이 저에게 있다. 이제 이런 ‘낡은 정치, 썩은 정치’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개혁은 한 칼에 잘라내는 것이다. 공천 헌금, 돈 선거 이런 구태 정치를 이번 6.1지방선거부터 확실하게 뿌리 뽑겠다.

지역 정치인과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의 기업들 그리고 재정 지원을 받는 단체들의 유착도 심각한 문제다. 이런 기업과 단체로부터 급여를 받거나 직접 해당 기업과 단체를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사람이 지방 정치에 과도하게 참여하는 것은 지방 정치를 부정과 부패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민의 이익과 특정 정치인이 소속된 기업이나 단체의 이익이 배치될 때, 그들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시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까?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다. 특히 포항은 지방자치제가 재도입된 이래 포스코 출신 인사, 포스코 협력 업체 소유자들이 과도하게 지방 정치에 참여했다.

이러다 보니 포항시가 마치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의 기업과 단체들의 ‘하청업체’가 되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단언컨대 포항시는 결코 포스코 등 지역의 기업이나 단체의 하청업체가 돼서는 안 된다.

공단 주변 지역 주민들은 수십 년째 재산권, 건강권, 환경권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 지역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체육시설, 공원 하나 지어주지 않았다. 기업도, 포항시도, 정치인들 모두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제철소를 비롯한 철강공단 주변 지역이 지금까지 이렇게 환경이 파괴된 채 소외되고 방치된 것도 어떻게 보면 지방 정치 주체들이 시민보다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 기업이나 단체들의 이해에 더 밝았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

'군군신신(君君臣臣)'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 빗대 우리 포항에 '정정경경(政政經經)'이라는 말을 던지고 싶다.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경제인은 경제인답게 하자는 것이다. 정치와 행정 그리고 경제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일하자는 말이다.

이제 포항시의 정치와 행정은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의 기업과 단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서로 협력하되 유착해서는 안되고, 상생하되 나눠먹기를 해서는 안 된다.

이렇듯 포항시가 포스코 등의 하청업체가 되어서는 안되며, 지역 정치인들이 포스코를 비롯한 지역 기업에 과도하게 종속돼 시민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공천 헌금을 주고받는 후진적, 퇴행적 정치 악습은 일거에 퇴출해야 한다.

-포항을 어떤 곳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지.

△당면 최우선 과제는 포스코가 약속한 대로 포스코홀딩스를 포항으로 옮기는 것이다. 포항 송도의 경우 포스코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곳이다. 이곳은 70-80년대 전국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포항제철소 설립 이후 모래가 유실되고 수질은 오염돼 해수욕장의 기능 자체가 상실됐다. 또한 환경 문제 등으로 송도, 해도, 죽도 등 원도심은 이미 슬럼화되고 도태됐다. 이처럼 송도해수욕장과 포항의 원도심 쇠퇴는 포스코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포항의 훼손된 자연환경을 회복하고 낙후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포스코홀딩스를 송도해수욕장 부근에 건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부지는 포항시가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포스코 경영진의 의지 문제다.

현재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상주하는 포스코 직원이 약 1500명 정도인 것으로 안다. 이들이 모두 포항으로 이전한다면 포항에 미칠 경제적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뿐만 아니라 송도, 해도, 죽도 등 원도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며, 포항운하와 죽도시장 인근 지역의 상권도 급격하게 살아날 것이다.

포항시는 지금까지 산업이나 과학 분야의 업적을 지자체의 성과로 내세우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행정의 영역이 아니라 기업과 대학이나 연구소가 하는 일이다. 포항시는 숟가락만 든 셈이다.

이제는 행정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 주거와 환경 개선, 교육과 문화 서비스의 질 향상 등 시민의 삶을 질을 높이는 데 아이디어를 모으고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 그런 일들은 포항시와 시민 그리고 지역의 기업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철강공단 주변의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이 3자가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울산의 태화강 복원 사업, 대공원 조성 사업 등을 잘 벤치마킹해 형산강, 영일만, 냉천 등의 환경을 복원해 그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과 환경권, 건강권을 지켜주고 보상해 줘야 한다.

-지역 대표로서 포항시민께 한 마디 하신다면.

△정치후원금 연간 한도가 1억5천만원(선거가 있는 경우 3억원)이다. 제가 정치를 하면서 작은 목표가 있다면 연말 정산할 때 환급받는 10만원 이하 소액후원금으로만 정치후원금 한도를 채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눈치 보지 않고 저를 지켜보고 감시하고 때로는 응원해 주는 시민들의 눈치만 보면서 이해관계자로부터 자유롭게 제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정치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런 정치를 하는 게 제 목표다.

제철보국, 교육보국의 창업 정신으로 포항시민과 함께 50년 넘게 살아온 우리 포스코는 포항의 영원한 동반자다. 포항과 포스코의 상생, 건강한 동행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올해 초 엄동설한에 서울에서 포항시내 곳곳에서 포항과 포스코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준 시민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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