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숙 작가

“예쁜 신발을 만들었구나. 나와 바꾸자.”
“내가 정성껏 만든 거야. 심사가 끝나면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준다고 이미 약속했어.”
“부모님께서 서로 도우며 지내라고 하지 않았느냐? 우린 형제야. 심사가 끝나면 돌려줄 테니 이리 내놔.”
미남은 가죽 신발을 빼앗아 손에 쥐고는, 어제 만들다가 그만 둔 가방을 추남이 앞에 던졌습니다.
추남은 슬펐습니다. 시간이 부족하고 화가 났지만 가방을 완성하기 위해 아침도 굶고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점심때가 되자 젊은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앞에 내놓았습니다.
왕과 대신들이 작품을 심사하러 다녔습니다.
“참으로 예쁜 가죽 신발이구나, 훌륭한 솜씨가 돋보이는구나.”
“밤새도록 정성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가방도 훌륭하구나. 이렇게 무늬가 예쁜 가방은 처음 보는구나.”
형제도깨비는 두 번째 관문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관문이다. 세 번째는, 얼마나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는지 시험하겠다. 여기 제각각 앞에 놓여있는 콩 껍질을 까서 내일 아침까지 가져오너라.”
작은 콩 껍질을 하나하나 까서 콩을 모으기란 지루하고 힘들었습니다. 어두워질 때까지 콩 껍질을 깠지만 양이 얼마 되지 않아서 미남은 짜증이 났습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런 건 추남에게나 어울리는 거야.”
미남은 콩 자루를 가지고 추남에게 갔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바꿔 줘. 내가 왕의 사위가 될 거야.”
미남은 동생이 애써 모아놓은 콩을 빼앗아 가지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추남은 울고 싶었습니다. 잠도 쏟아지고 손톱도 아파서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공주는 시녀를 통해 가죽 신발을 받게 되자 고마운 마음에 추남을 찾아왔습니다.
“신발은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어제 그대가 신발을 만들었는데 심사 받을 때는 미남이의 것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설명을 해 주시지요.”
“우리는 한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입니다. 형제는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형제라는 이유로 자신이 만든 것을 빼앗겨도 되나요?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콩깍지는 많은데 알맹이는 모두 어디 갔습니까? 이것도 빼앗겼습니까? 억울하지 않나요?”
“제가 못나서 부끄럽습니다.”
공주는 추남이가 측은하고 불쌍하여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탁자 위에 놓여있는 예쁜 가방이 보였습니다.
“이 가방을 내게 주신다면 도와드리지요. 거짓말과 진실 중에 언제나 진실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드리지요.”
공주는 시녀와 함께 밤늦도록 추남과 콩 껍질을 깠습니다.
추남은 처음으로 남에게 호의를 받자 기분이 좋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만든 작품들을 얘기하며 손톱이 아픈 것도 잊고 열심히 콩을 모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최후의 승리자를 가리기 위해 모두 광장에 모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미남이가 사윗감에 뽑힐 거야. 잘 생긴데다 노래도 잘 부르고 솜씨도 훌륭하고 부지런하잖아.”
미남은 벌써부터 자신이 사윗감이 된 것처럼 기뻐서 손을 흔들고 인사했습니다.
왕이 나타나자 모두 조용해졌습니다.
“좋은 사윗감을 고르기 위해 세 번의 문제를 냈었다. 세 번째 관문을 통과한 사윗감은 바로 추남이다. 콩을 한 자루씩이나 까는 과정에서 인내심과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왕이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관중들은 모두 의외라는 듯 서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공주가 예쁜 가방을 메고 예쁜 신발을 신고 나타났습니다.
“이 신발과 가방을 만들어준 그대에게 청혼하겠습니다.”
공주의 청혼에 추남은 너무 감동하여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미남은 부끄러워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갔습니다.
